서울의 버스 운전기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도 자가 격리 수칙을 어긴 채 8시간 동안 버스를 운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사는 다음날 확진 판정까지 받았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버스회사 보성운수 소속 기사인 A 씨(66)는 19일 두통 등의 증상을 보여 20일 오전 강서보건소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검사 직후 정상적으로 회사에 출근해 오후 2시 40분부터 약 8시간 동안 6512번을 운행했다. 6512번은 구로구 구로동과 관악구 서울대를 오가는 지선버스다. 보건소 관계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결과가 나올 때까지 평균 2일 동안 자가 격리하도록 통보했다”고 전했다.
보성운수 측은 A 씨가 자가 격리 대상자인지 몰랐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실도 몰랐다. (출근 당일) 운행 전 발열 체크를 했는데 정상으로 나왔다”며 “(확진된 21일) 대뜸 전화가 와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A 씨가 왜 자가 격리 수칙을 어겼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A 씨가 확진된 뒤 같은 회사의 동료 기사 2명도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각각 5618번과 6512번 노선버스를 모는 60대 운전기사들로, 이들은 A 씨와 달리 검사 직후 자가 격리에 들어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5618번은 구로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를 오간다. 방역당국은 보성운수 관계자 192명 전원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으며, 3명을 제외하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서울시가 버스 내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A 씨는 버스를 몰 때 마스크를 벗지는 않았다. 운행 당시 탑승한 승객들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기사 운전석이 칸막이로 막혀 있어 승객을 별도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하진 않았다고 한다. 시 관계자는 “역학조사 뒤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면 구상권 청구나 손해배상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회사도 방역수칙과 관련해 미진한 점이 없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대전에서는 배드민턴 동호회 관련 확진자가 24일 현재 6명으로 늘어났다. 대전시는 “해당 동호회의 70대 남성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한국원자연구원에서도 확진자가 나와 연구원이 폐쇄됐다. 행정 직원인 40대 남성은 세종시에 거주하는 부인과 자녀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당 직원은 19일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연구원 본관동에 머물렀다.
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