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15일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도심 집회 참가자 모두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을 것을 요청했다. 민노총 기자회견 참석 조합원 가운데 확진자가 나오면서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진데 따른 조치다. 민노총은 “확진 조합원의 감염 경로를 단정할 수 없다”며 31일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서울시 “도심 집회 참가자 검사 받으라” 안내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24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집회 장소를) 광화문에 한정하지 않고 15일 도심 집회 참석자들은 모두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각 보건소와 선별진료소에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집회를 신고한 33개 단체에 19일 공문을 보냈고, 여기에 민노총은 포함되지 않았다. 민노총이 참여한 ‘8·15 전국노동자대회’를 ‘815민족자주대회추진위원회’가 대표로 집회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집회 신고 관련 대표 단체들을 통해 공문을 보냈는데, 민노총에는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을 것 같아 별도로 연락해 검사를 안내했다”고 말했다.
이날 종각 인근에서 열린 ‘8·15 전국노동자대회’ 기자회견에는 민노총 조합원 수천 명이 참가했다. 노래와 율동을 하는 등 사실상의 집회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정부가 통신3사로부터 얻은 명단은 광화문 인근 체류자를 중심으로 작성돼, 민노총 기자회견이 열린 종각 일대의 참가자들은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4일 낮 12시 기준 광화문집회 관련 누적 확진자는 176명이다. 전날과 비교해 40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와 별도로 민노총 행사에 참석했던 조합원 1명이 22일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경기 오산시, 평택시 등에 따르면 확진자인 기아자동차 화성지회 소속 A 씨(49)는 15일 서울 종각 일대에서 열린 ‘8·15 전국노동자 대회’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별도의 증상은 없었지만 21일 오전 평택 굿모닝병원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찾아 진단검사를 받았다. 그는 방역당국에 “8·15 집회 참석자들은 모두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고 선별진료소를 찾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그의 아내와 자녀, 동료 등 3명은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A 씨의 최초 감염 경로가 아직 명확하지 않아 역학조사를 통해 추가 동선, 접촉자가 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 민노총 “행사 참가 조합원 검사·격리” 지침
민노총은 31일 전국에서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연다고 24일 밝혔다. 민노총은 이날 주간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9월 5일로 예정된 하반기 투쟁선포대회를 이달 31일 지역본부와 지역지부가 주관하는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으로 변경해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15일 열었던 기자회견 장소에서 “감염 확산이 일어난 게 아니냐”는 일각의 문제제기에는 선을 그었다. 광복절 전 주에 기아차 화성공장에 코로나19 확진자도 나온 만큼 A 씨가 기자회견 장소에서 감염됐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민노총 측은 “함께 노동자대회에 참석한 뒤 검사를 받은 조합원 중에는 A 씨만 유일하게 양성이 나왔다”며 “8·15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 전원에게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 격리를 유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경찰은 민노총을 포함한 광복절 집회 참가자들의 불법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감염병예방법 등을 위반했는지를 따져보고 있다. 민노총 소속 관계자에도 출석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시가 감염병 확산을 우려해 금지한 집회인 만큼 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채증 자료 분석, 관계자 조사 등을 통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하경기자 whatsup@donga.com
이경진기자 lk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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