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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코로나 위기마저 정치공세 도구로 삼을 건가

입력 | 2020-08-25 00:00:00


8·29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이원욱 의원은 22일 합동연설회에서 “바이러스 테러범을 방조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끌어내려야 한다”며 광복절 광화문 집회의 야당 배후설을 제기했다.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일부 후보는 전광훈 목사 등을 겨냥해 “종교의 탈을 쓴 극우세력이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 “이들이 정부를 뒤흔들고 정권 붕괴까지 노린다”고 비난했다. 여당이 전 목사와 통합당을 엮어 총공세를 펴는 양상이다.

물론 사랑제일교회 확진자 수가 800명을 넘었는데도 방역 당국에 여전히 비협조적인 전 목사의 태도는 묵과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정권 붕괴를 목표로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발언은 저열한 막말일 뿐이다. 평당원이나 일반인이 올리는 댓글도 아니고 집권당 지도부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나온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일부 후보는 광화문 집회를 허용한 법원 판결을 문제 삼아 해당 판사의 실명을 공개하고 ‘판새(판사 ×끼)’라고 비난했다. 판사의 판결도 입맛에 맞지 않으면 정치적 시빗거리로 만들 수 있다는 오만이다.

전 목사 측을 통합당과 엮으려는 주장도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집권당답지 못한 태도다. 여당은 과거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가 전 목사와 밀접했던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지만 김종인 현 위원장 체제는 일찌감치 전 목사 측과 선을 그었다. 국가적 방역위기에 초당적 대응을 이끌어내야 할 집권세력이 민관(民官) 방역 역량을 결집하기는커녕 편을 가르는 방역정치에 몰입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 방역에는 보수와 진보, 좌우 이념과 진영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국민 모두가 일상에서 방역에 한마음으로 적극 협조하지 않으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비상시국에 감염병 사태마저 정치적 공방의 수단으로 악용해 국민을 분열시키는 구태가 계속된다면 온 국민이 똘똘 뭉쳐야 할 코로나 방역 전선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