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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겨울옷을? 패션업계 계절이 사라졌다

입력 | 2020-08-25 03:00:00

코로나가 불러온 ‘시즌리스’




왼쪽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신세계인터네셔날 ‘텐먼스’의 마스터핏 슈트, 제로투세븐 ‘알로앤루’의 가을겨울(FW) 시즌 제품, 무신사의 겨울 외투 신상품 프리오더(사전주문) 행사. 각 사 제공

패션업계에서 계절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이전에는 계절 변화에 맞춰 1년에 두세 차례 제품을 선보여 왔던 패션업계가 수시로 신상품을 내놓거나 한여름에 겨울옷을 판매하는 등 계절에 상관없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계절 변화에 구애받지 않고 사계절 두루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브랜드도 생겼다.

이러한 ‘시즌리스(계절 구분이 없는)’ 트렌드는 두 갈래로 나뉜다. 보다 짧은 주기로 신제품을 내놓거나, 아예 계절을 뭉뚱그려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두 가지 변화의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소비채널이 떠오르면서 수시로 제품을 출시하기도 하고, 위축된 소비심리를 고려해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1년 내내 입을 수 있는 제품을 내놓기도 한다.

패션기업이 신제품을 수시로 선보이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온라인 소비채널이 중요해지면서다. 오프라인 매장을 계절에 맞게 꾸며 고객을 모으기보다 다양한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 오프라인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름 시즌과 가을겨울(FW) 시즌 제품을 동시에 판매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올해 들어 눈에 띄는 변화는 FW 시즌 제품의 출시 시점이 예년보다 빨라진 것이다. FW 시즌 신제품은 여름휴가철이 지나고 더위가 꺾이는 8월 말∼9월 초 출시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올해는 2주∼한 달가량 앞당겨 제품을 선보인 곳이 많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브랜드 ‘구호플러스’는 이달 초 가을 시즌 컬렉션을 내놨다. 전년보다 3주 빨랐다. 패션기업 제로투세븐의 아동복 전문 브랜드 ‘알로앤루’, ‘알퐁소’도 지난달 말 패딩 제품을 비롯한 FW 시즌 신상품을 선보였다. 제로투세븐 관계자는 “신제품을 일찍 내놓으면 시장을 선점하고 고객 반응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얼리 시즌’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도 뜨거운 편이다. 패션전문기업 한섬에 따르면 6월 중순부터 8월 20일까지 FW 시즌 니트 의류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 늘었다.

신상품 출시 주기를 아예 온라인에 최적화된 형태로 바꾸는 곳도 생기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여성복 브랜드 ‘보브’는 1년에 두 번 하던 정기 컬렉션을 없애고 매달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온라인 트렌드와 고객 반응을 시시각각 신상품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아예 계절을 뭉뚱그려 제품을 출시하는 곳도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 불황이 심해지면서 특정 계절에만 입는 옷보다 기본 두께의 니트와 셔츠, 청바지 등 계절에 관계없이 두루 입을 수 있는 옷이 인기를 끌고 있다. 5월 럭셔리 브랜드 ‘구찌’는 계절별로 다섯 차례에 걸쳐 발표했던 신제품을 앞으로 계절에 관계없이 두 번만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도 1년 내내 입을 수 있는 제품을 앞세워 판매하는 브랜드가 생기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초 계절에 관계없이 10개월 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을 판매한다는 콘셉트의 여성복 브랜드 ‘텐먼스(10MONTH)’를 출시했다. LF가 전개하는 남성복 브랜드 ‘일꼬르소’는 ‘히든 밴딩 슬랙스’ ‘벨크로 조거 팬츠’ 등 다양한 종류의 바지 제품을 1년 내내 판매하고 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