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타격 경제, I자-L자 추락 우려 추경으로 돈 뿌려도 V자 반등은 난망 지출 가성비 감안한 중장기 정책 필요 노동생태계 변화따라 개혁에 나서라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가 언제 회복될 것인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금융가 펀드매니저들은 V자 회복을 그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경제학자들은 나이키형 회복을 예상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방역전문가들은 야구로 치면 초반 3회에 불과하다고 한다. ‘방역이 경제’라고 보면 경제는 I자형 혹은 L자형 추락을 시사한다. 실물경제와 유동성 경기 간에 비동조화(decoupling)도 심해지고 있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 나가는 주인이 ‘실물경제’, 반려견이 ‘유동성 경기’라고 한다면 코로나19 이전에는 주인이 개를 끌다가 이후에는 개가 주인을 끌고, 급기야 개가 너무 앞서 나가 줄이 끊어지려는 형국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상반기에는 실물경제 중 영세 소기업, 자영업으로 피해가 국한됐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서비스업에서 제조업으로, 대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7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보다 취업자 수가 27만7000명 줄어 5개월 연속 취업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 감소 폭은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8년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제조업은 일자리 창출의 보고(寶庫)이기 때문에 이들의 몰락은 양질의 일자리 파괴로 이어진다. 단기적으로 여행, 레저, 항공운송, 정유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지만 석유화학, 자동차, 부품, 철강 등 제조 대기업들의 신용도도 악화되고 있다. 향후 대기업 부실의 민낯이 드러나고 정부가 그들의 부채를 떠안는 데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면, 불황은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반복되는 추경을 통한 단기 정책만으로는 혈세만 낭비할 뿐이다. 정책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같은 경기부양책으로는 근본적인 경제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라도 코로나의 엔데믹(풍토병·endemic)화에 대비해 정부는 단기 지출을 줄이고, 중장기 사회간접자본(SOC) 및 방역 비대면 인프라 투자를 늘리는 등 긴 호흡으로 재정계획을 설계하고 ‘가성비’ 높은 지출을 해야 한다.
재난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과도한 규제로 새로운 일자리의 싹을 잘라서는 곤란하다. 의료, 금융,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대면 경제 확산은 일자리 지형을 바꾸어 가고 있다. 원격진료, 핀테크 같은 언택트 산업에 대한 규제, 공유경제 제한 규제 등 취지만 그럴듯한 실핏줄 규제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코로나발 경제 추락은 가속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일자리 생태계가 생성되는 것을 재직 근로자 보호를 위한 공장노동법이 가로막고 있다. 플랫폼 취업자들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구식 노동법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노동시장 변화 모습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인천공항공사 사태에서 보듯 정부가 만든 공기업 일자리에 청년들이 매달리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 청년들이 언택트 디지털 경제를 이끌어 가는 핵심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직업훈련체계를 개혁해야 한다. 코로나는 정부에 4차 산업혁명의 숙제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