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한화생명 라이프플러스랩
짧은 휴식 뒤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법주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 합장, 묵언과 같은 기본적인 예절은 물론이고 머무는 동안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불교에서는 식사도 일종의 수행으로 보고 ‘공양’이라고 해요. 이 상이 차려지기까지의 과정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묵언하며 먹습니다.” 잊고 있었다, 식사 한 끼에도 감사하는 법. 감사도 근육이다. 쓰지 않으면 퇴화한다.
일과를 마치고 정수 물을 떠서 이른 소등을 한 방으로 돌아왔다. 차 한 잔을 우려 마시며, 어두운 불빛에 의지해 7년 전 이곳에서 쓴 일기를 찾아 읽었다. “면접에 합격하고 취직을 해도, 기다리던 ‘그날’은 오지 않았다. 실체가 없던 ‘그날’은 영영 오지 않을 그냥 ‘내일들’이었다. 이것만 끝나면, 이것만 잘되면, 하고 보낸 숱한 날들이 모여 어느덧 두 해를 넘겼다. 입사를 코앞에 둔 지금만 해도 벌써, 여행 계획이나 입사 준비, 그리고 더 멀리의 내일들을 위해 오늘을 ‘대기’한다.”
언제나 과정은 지난한데 성취의 달콤함은 야속하리만치 짧았다. 좋은 대학에 합격하면, 원하던 회사에 합격하면, 높은 점수에 도달하면, 언젠가 올 것 같았던 완벽한 ‘그날’은 결코 오지 않았다. 대입-취업-결혼, 나아가 이직을 거치면서 착실하게 정답을 골라왔다. 그 다음은? 우리는 모두 그 답을 알고 있다.
법정 스님은 말했다. ‘즉시현금 갱무시절(卽時現金 更無時節)’, “한번 지나가 버린 과거를 가지고 되씹거나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기대를 두지 말고, 바로 지금 그 자리에서 최대한으로 살라. 우리가 사는 것은 바로 지금 여기다.”―법정 ‘맑고 향기롭게’
행복은 성취가 아니라 과정이라 했던가. 그러므로 바로 지금 여기, 삶의 순간순간은 그 자체로 여정이자 도착지여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며, 다시 한 번 오늘을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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