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티거를 타고 150대가 넘는 전차를 격파했던 에이스가 오토 카리우스 중위이다. 그의 회고록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소련 전선에서 후퇴할 때 카리우스의 티거 중대는 어느 보병부대와 함께 맨 후위에서 독일군 본대를 엄호하는 임무를 맡았다. 어느 마을에 주둔하고 있을 때 소련군이 야간에 기습공격을 감행했다. 소련 전차는 포격을 가하며 마을로 진입을 시도했다. 티거는 그들을 모두 격파했는데, 그들이 주의를 끄는 사이 다른 전차가 조용히 마을로 진입했다. 그 전차는 독일 티거와 충돌하는 바람에 위치가 드러났고 독일군의 공격에 장갑이 관통당했다.
아마 그의 분투와 감투(敢鬪) 정신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는 뜻일 것이다. 그럼 당시에는 왜 분노했을까? 동료 병사들이 전사했기 때문이다. 카리우스의 분노와 경의는 서로 모순되는 행동이 아니다. 세상사에는 항상 이런 양면적인 진실이 있다. 그것을 깨닫는 데 시간이 걸릴 뿐이다. 지성의 임무는 이런 시야를 넓혀 주는 것인데, 우리 사회는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