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폭염대응 기술 검증해보니
5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광주 동구 금남로의 ‘쿨링&클린로드’는 5분간 물을 뿌려 아스팔트를 적시는 것만으로도 표면 온도를 20도 가까이 낮춰 도심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광주=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폭염과 혹한, 가뭄, 폭우 등은 더 잦아진다. 그중에서 기온 상승은 가장 뚜렷한 기후변화 현상이다.
○ 2030년 폭염 위험 ‘높음’ 지역 배로 늘어
환경부는 지난해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229곳의 10년 뒤 폭염위험도를 예측해봤다. 인구 고령화 추이와 도시화 비율, 평균기온 상승 등을 고려해 폭염위험도를 ‘매우 낮음―낮음―보통―높음―매우 높음’의 5단계로 나눴다. 그중 ‘높음’과 ‘매우 높음’에 포함되는 지자체는 2001∼2010년 69곳에서 2021∼2030년 126곳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상당히 실현될 것을 가정한 시나리오인데도 이렇다. ‘높음’ 단계 이상으로 가면 온열질환 발생 비율, 폭염으로 인한 농축수산물 피해, 폭염으로 선로가 휘는 등 도시 기반 시설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대기 중 물을 분사해 열기를 떨어뜨리는 쿨링포그. 광주=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 폭염 대응 기술을 찾아라
환경부는 지난해 폭염 대응 시설들의 온도 저감 효과에 대한 분석을 시작해 최근 마무리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폭염 대응 시설들의 수요가 느는 만큼 해당 기술들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다. 이 연구는 향후 폭염 대응 시설 설치의 효율성을 높이고, 운영 매뉴얼을 체계화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광주시는 동구 금남로 4차선 차로에 ‘쿨링&클린로드’를 설치해 5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도로 중앙 반사판 아래 깔린 노즐에서 하루 3번 물이 뿜어져 나오면서 아스팔트를 적셔 열을 빼앗는 원리다.
환경부가 검증한 폭염 대응 기술들은 이처럼 물을 이용해 온도를 떨어뜨리는 시설과 빛을 반사·차단하는 시설로 나뉜다. 기존 건물과 도로에 적용할 수 있어 리모델링이나 재개발보다 적은 비용으로 도심 기온을 낮추고 에너지 저감 효과도 볼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이 동시에 이뤄지는 셈이다.
폭염 대응 시설의 가장 큰 강점은 그 효과를 시민 모두가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도로를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폭염에 노출되는 시민, 키가 작아 지열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어린이, 더위 대응력이 떨어지는 노인 등 폭염 취약계층이 큰 도움을 받는다.
임영신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박사는 “유동인구가 많아 열섬현상이 강한 도심은 쿨링&클린로드, 전통시장은 쿨링포그, 에어컨 요금이 부담스러운 건물엔 쿨루프와 벽면 녹화 등을 도입하면 온도 저감은 물론이고 쾌적함도 느낄 수 있어 삶의 질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대중교통이 많은 지역은 버스정류장 녹화작업을, 댐이 있는 도시는 댐 물을 활용해 도심 곳곳에 물길을 내 열섬현상을 줄이는 식으로 지역에 따라 맞춤형 변형도 가능하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