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석탄 등 연료값 등락 바로 반영 연말 이사회서 ‘연동제’ 의결 검토
동아일보 DB
한국전력공사가 연말 전기요금 개편에 맞춰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추진한다. 전기 생산에 쓰이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연료 가격의 변동을 전기요금에 바로 반영하는 제도다.
24일 한전 등에 따르면 한전은 연말 이사회에서 연료비 연동제를 의결하는 것을 목표로 정부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동제 도입으로 연료 가격이 쌀 때는 저렴한 비용으로 전기를 쓰고, 연료비가 비쌀 때는 전기를 적게 쓰도록 유도해 합리적인 전기 소비를 촉진하고 요금 부담을 분산하겠다는 게 한전의 취지다.
현행 체계에선 연료비 등락과 관계없이 전기료가 책정돼 소비자가 고유가 때와 같은 수준의 요금을 내고 있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한전은 앞서 2011년 연동제를 도입하려다가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유보한 적이 있다. 한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저유가 국면이 지속되는 지금이 연동제를 도입할 적기”라고 했다.
한전은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구입 시 ‘환경비용’을 요금서에 별도 표기해 이에 따른 전기료를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작년 1조2770억 적자 한전 “저유가인 지금이 연동제 도입 적기” ▼
전기요금에 ‘유가 연동’ 추진
유가 상승땐 소비자 부담 커져… 한전 “급등 막게 요금 상한제 검토”
유가 상승땐 소비자 부담 커져… 한전 “급등 막게 요금 상한제 검토”
한국전력공사가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추진하려는 것은 무엇보다 7년째 묶여 있는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해 국제유가에 따라 흑자와 적자가 결정되는 불확실성도 없애겠다는 취지다. 지금 같은 저유가 시기에는 소비자에게 이익이지만 유가가 오르면 전기요금도 오른다.
24일 한전 등에 따르면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되면 석유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분을 즉각 반영해 전기요금이 결정된다. 특히 가격 변동성이 큰 국제유가에 따라 전기요금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3개월 평균 연료비를 정한 뒤 한 달의 시차를 두고 매달 요금을 매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2011년 연동제 추진 때는 두 달의 시차를 뒀지만 소비자들이 가격 변화 신호를 빨리 알 수 있도록 시차를 앞당기는 방안이다.
전기료 급등을 막을 안전장치인 ‘요금 상한제’는 용도 구분 없이 1kWh(킬로와트시)당 1∼10원으로 검토하고 있다. 1kWh당 5원으로 상한선을 정하면 월 51만7000kWh를 쓰는 기업의 전기요금은 유가가 올라도 최대 258만5000원까지만 상승한다. 반대로 연료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더라도 전기료는 최대 258만5000원까지만 내려간다.
한전으로선 연료가격 변동에 대처하지 못해 발생하는 ‘원가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2013년부터 전기요금이 동결된 가운데 한전은 지난해에만 1조2770억 원의 적자를 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2018년 페이스북에서 “콩값(연료비)이 올라갈 때 그만큼 두부 가격(전기료)을 올리지 않았더니 두부 가격이 콩 가격보다 싸지게 됐다”고도 했다.
연동제가 실제 시행되려면 여론의 반대를 넘어서는 게 관건이다. 코로나19로 내수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서고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해지면 반발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료비 연동제는 연말 한전 이사회에서 의결되더라도 정부 전기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한전에서 연동제 개편안을 마련하면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