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찾는 새로운 미래] <4> ‘농촌 워라밸’ 실현한 스마트팜
강원 인제군에서 한우 120마리를 키우는 박순권 씨가 소에게 볏짚을 주며 웃고 있다. 오른쪽에 보이는 플라스틱 통이 사료 자동급이기의 일부다. 설정 시간이 되면 이 통에서 자동으로 사료가 나온다. 인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 근로 8시간이 1시간으로 줄었어요
농장주인 박순권 씨(41)는 지난해 4월 4000만 원을 들여 이 장치를 설치했다. 인제군이 절반가량을 지원했다. 박 씨는 이 장치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자동급이기는 미리 설정해 놓은 소들의 생육 개월에 맞춰 적정한 양의 사료를 자동으로 지급한다.
예전엔 소 120마리에게 사료와 볏짚을 주는 데 혼자 8시간 정도가 걸렸다. 그러나 이제는 하루 볏짚만 2차례 주면 돼 1시간이면 충분하다. 더욱이 새벽 일찍 일어나야 하고, 밤늦게까지 축사에 있어야 하는 불편도 해소됐다. 사료차가 와서 1개월에 1차례 정도 2.5t 규모의 사료통 2개에 사료를 채워 넣으면 그만이다.
특히 CCTV가 발정탐지기와 연계돼 휴대전화 영상으로 소의 발정 시기를 알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휴대전화에 설치한 애플리케이션이 영상 속 소의 모습과 움직임을 포착해 발정 시기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발정기가 온 소는 영상에 표시되기 때문에 즉시 인공수정을 할 수 있다. 박 씨에 따르면 보통 소의 발정 시기는 2주 단위로 돌아오기 때문에 예전에는 임신 적기를 놓치면 2주를 기다려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 근로자 2, 3명이 할 일을 혼자서 ‘척척’
박 씨는 2015년 고향인 인제로 귀농했다. 2002년부터 경기 안산시에서 직장생활을 한 지 13년 만이다. 여유 없는 도시와 직장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힘겹게 혼자 한우를 키우고 있는 아버지를 옆에서 도와드리고 싶었다. 아내와 초등학생 두 딸도 동의했다.
하지만 직접 부닥친 농촌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다. 시골 출신이긴 하지만 예전에는 간혹 아버지를 도와드리는 정도였는데 직접 맡아서 하다 보니 모르는 일투성이였고,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일에 매달려야 했다. 직장생활보다 나을 게 없었다.
그는 모르는 부분을 공부하며 차근차근 해결했다. 2016년부터 2년 동안 강원대에서 진행한 강원농업마이스터대학을 다녔고, 50∼60시간의 축협 한우대학 과정도 마쳤다. 인제군농업기술센터의 농가 컨설팅도 많은 도움이 됐다.
○ 귀농 6년차에 삶의 여유를 찾다
박 씨가 귀농할 당시 50마리였던 한우는 이제 120마리로 늘었다. 예전에는 혼자서 관리하기 힘든 마릿수였지만 지금은 더 많은 한우를 충분히 사육할 수 있다. 현재 두 동인 축사 외에 내년에 한 동을 추가로 만들고 마릿수도 더 늘릴 계획이다. 또 한우뿐 아니라 논과 밭농사도 혼자서 감당할 수 있게 됐다. 박 씨는 논 2만 평과 밭 1만5000평도 경작을 하고 있다.
귀농 6년차인 박 씨는 현재에 만족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 수입도 훨씬 많아졌고, 삶의 여유도 생겼다. 가족들의 건강이 좋아졌고,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났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이제는 마을의 젊은 영농인들과 함께 연구하고 선진지를 견학하는 등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박 씨는 “도시에서 보던 농촌생활과 실제 귀농은 많이 다르다. 결코 낭만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본인의 노력에 따라 충분히 승산이 있기 때문에 귀농과 창농은 도전해 볼 만한 매력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인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