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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투 건강 핫클릭]계단 오르기 숨차고 어지럽다면… ‘폐동맥고혈압’ 의심을

입력 | 2020-08-26 03:00:00

심장서 폐로 가는 혈관 혈압 상승… 호흡곤란-만성피로-부종 등 동반
늦은 확진으로 생존율 고작 2.8년
40대 후반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 병력 등 임상적 의심이 진단에 중요
폐고혈압 환자등록사업 지원 절실… 조기 발견, 전문적 치료 이뤄져야




가천대 길병원 심부전폐고혈압센터 심장내과 정욱진 교수가 폐동맥고혈압 증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영상 캡처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질환이 고혈압이다. 고혈압은 국민병이라고 불릴 정도로 흔하다. 하지만 이름은 비슷한데 고혈압과는 다르고 대부분이 잘 알지 못하는 질환이 있다. 바로 폐동맥고혈압이다. 폐동맥고혈압은 평균 생존기간이 3년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예후가 안 좋은 치명적인 질환이다. 가천대 길병원 심부전폐고혈압센터 심장내과 정욱진 교수와 함께 ‘톡투건강 폐동맥고혈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고혈압과 폐동맥고혈압은 어떻게 다른가.

“고혈압은 심장에서 혈액이 뿜어져 나가는 혈관의 혈압이 상승하는 질환이다. 폐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가는 혈관의 혈압이 상승하는 질환이다. 국내에 폐고혈압 환자가 25만 명에 이르는데 이들 중 2∼3%인 4500∼6000명이 폐동맥고혈압 환자로 추산된다. 폐동맥고혈압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빈혈, 폐질환, 심장질환 등과 비슷해 진단이 오래 걸린다. 이 때문에 늦은 확진으로 생존율은 불과 평균 2.8년밖에 되지 않는다.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질환이다.”

―폐동맥고혈압의 원인은 무엇인가?


“폐동맥고혈압은 기관이나 조직 사이를 메우고 지지하는 결체조직에 문제가 생기는 결체조직 질환이나 선천성 심장질환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특별한 원인이 없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여러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폐고혈압이나 폐동맥고혈압은 단순한 하나의 질환이 아닌 여러 질환이 모인 ‘질환군’으로 본다.”

―폐동맥고혈압 의심 증상은….

“대표 증상으로는 호흡곤란, 만성피로, 부종, 어지럼증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들은 다른 질환에서도 나타나므로 환자와 의료진이 의심하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이 때문에 폐동맥고혈압은 진단이 쉽지 않아 첫 증상에서 정확한 확진까지 평균 1.5년이 걸린다. 만약 심장이나 폐질환, 빈혈 등 특별한 이유 없이 계단을 한 층만 올라가도 숨이 차거나 호흡이 가빠진다면 폐동맥고혈압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폐동맥고혈압이 잘 생기는 환자가 있다고 하는데….

“폐동맥고혈압은 40대 후반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또 폐동맥고혈압은 가족력도 중요하다. 유전성의 경우 가족의 60∼80%가 잠재적 환자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심초음파 검사 등을 받는 것이 좋다. 대개 폐동맥고혈압은 확진까지 네 단계를 거친다. 우선 증상, 병력 등을 바탕으로 임상적 의심을 한 뒤 심초음파검사를 하고 혈액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과 핵의학스캔 등으로 감별과 분류를 하면서 마지막으로 우심도자검사로 확진한다. 우심도자검사는 부분 마취를 해 가느다란 도관을 다리 부위 정맥에 넣어 폐동맥의 압력을 측정하는 검사다.”

―늦게 발견하는 만큼 생존율도 낮은 것 같다.

“그렇다. 최근 치료법이 나온 이후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산된 국내 폐동맥고혈압 5년 생존율이 55∼70% 정도다. 2명 중 1명은 확진 후 약 5년 정도에 사망한다. 사인의 절반은 돌연사로 나머지 절반은 심부전으로 사망하는 등 완치가 없어 매우 치명적인 질환이다.”

―폐동맥고혈압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다. 무엇보다 ‘조기 진단’이다. 실제로 폐동맥고혈압의 진단 시기는 생존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한폐고혈압연구회에서 가족의 행복을 위해 ‘폐(동맥고혈압)미리(찾기)’ 캠페인을 하고 있는 이유다. 국민들은 물론 일선 진료 의사들도 이 질환군들을 인지해 일단 의심을 해야 이 병을 찾아낼 수 있다. 두 번째는 치료제다. 25년 전부터 나오기 시작한 폐동맥고혈압 전문치료제의 조기 병용요법에 따른 전문적 치료가 필요하다. 이 질환 자체가 암과 비슷해서 치료제 한 가지로는 안 된다. 두세 가지를 조기에 병용해야 장기 생존이 기대된다.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세계적으로 사용 중인 주요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3가지가 국내에 도입되지 않고 있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지금 도입 절차에 있는 ‘에포프로스테놀’ 주사제는 폐동맥고혈압의 가장 중요한 치료제인데 패스트 트랙 도입이 요청된다. B사의 ‘리오시구앗’과 L사의 ‘타다라필’의 도입은 글로벌 제약회사들의 코리아패싱 현상과 관련이 있다. 낮은 약가와 상대적으로 적은 환자 수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난치성질환 약제에 대한 식약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적극적인 도움이 절실하다.”

―이들 환자를 국가가 묶는 사업도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 생존율을 높이는 마지막 세 번째 가장 중요한 단추가 사회와 정부의 지속적 관심과 지원이다. 2018년부터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진행 중인 폐고혈압 환자등록사업에 대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지원과 등록군 확대가 필요하다. 또 단순히 희귀질환의 하나가 아닌 이 질환의 전문적 치료를 위해 폐고혈압전문센터 지정을 통해 조기발견과 전문진료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영국, 일본 등 치료센터가 있는 나라의 예에서 보면 폐동맥고혈압 환자 생존율을 10년 이상으로 높이는 임상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폐동맥고혈압은 미리 발견하면 충분히 생존율과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질환임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