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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감염 첫 사례 나와…백신 무용론 전망 속 “일부 사례” 반론도

입력 | 2020-08-25 13:22:00

백신 무용론 비관적 전망 속에 “일부 사례일 뿐” 반론도




홍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자가 재감염된 사례가 처음 확인됐다. 이전 코로나19 재감염은 몸속에 남아있던 미량의 바이러스가 다시 활동해 증상을 일으킨 사례였지만 이번엔 이전과 다른 돌연변이 바이러스 감염이다. 이 때문에 백신이 코로나19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일부 사례인 만큼 아직 ‘백신 무용론’ 결론을 내리기엔 이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와 외신에 따르면 홍콩대 연구팀은 올해 3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33세 남성이 이달 15일 다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15일 유럽발 항공편으로 홍콩에 들어온 뒤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확진됐다. 이 환자는 3월에는 약한 증상을 앓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이번에는 무증상이었다.

연구팀이 남성의 몸에서 나온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3월에 감염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이번에 감염된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일부 달랐다. 한 번 감염된 바이러스가 몸속에 남아 있던 것이 아니라 유전자가 다른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재차 감염됐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아직 공식 논문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홍콩대는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 ‘임상 감염병’에 제출해 게재가 확정됐다고만 밝혔다.

지금까지 재감염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보고된 적은 있었다. 코로나19 환자가 완치된 후 다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와 완치된 환자가 재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재감염 추정 사례가 일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재감염은 유전자가 일부 다른 것으로 분석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재감염된 사례로 이 같은 형태의 재감염 환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의미에 대해 “집단면역이 코로나19를 막을 수 없다는 뜻”이라며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19를 평생 막을 면역을 갖지 못할 수도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집단면역은 인구 중 충분한 수가 감염돼 면역력을 얻으면 전염병이 전파되지 않는다는 개념이다. 인구 중 대다수가 감염병에 걸리거나 백신을 맞아 면역력이 생기면 집단면역이 성립한다.

현재 유럽과 미국, 중국 등이 개발 중인 백신은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를 형성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다른 변종에 재감염이 이뤄지면 이런 백신 전략이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된다. 연구에 참여한 켈빈 토 홍콩대 미생물학 교수는 사이언스에 “이번 사례는 적어도 몇몇 환자들이 평생 면역을 갖지 못한다는 걸 증명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만으로 백신 무용론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안젤라 라스무센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사이언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결과가 백신과 면역에 대해 큰 영향을 미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번 사례가 첫 감염에서 면역 반응을 제대로 일으키지 않은 드문 예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일부 환자가 중화항체를 형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환자도 유사한 사례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기자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