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의 직접 수사 부서를 크게 줄이고 일반형사부로 전환하는 내용의 검찰 직제개편안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대통령령인 검찰 직제개편안은 내일 있을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 반영돼 곧바로 현실화된다.
이번 직제개편안은 우선 대검찰청의 힘을 빼는 데 맞춰졌다.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수사정보정책관이 축소되고, 대검 반부패강력부 산하 부서들도 통합 축소된다. 올 들어 두 차례의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가까운 간부들을 잘라내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친정부 성향 인사들을 요직에 전면 배치한 데 이어 대검의 조직 축소를 통해 윤 총장을 완전히 무력화하는 조치다.
일선 검찰청에서도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부서들이 줄줄이 사라지거나 축소되고 그 대신 경찰 송치사건을 처리하는 일반형사부가 크게 늘어나는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수사지휘부의 인적 개편에 이어 수사 실무 직제까지 개편되면서 검찰로서는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 옵티머스·라임자산운용의 로비 의혹 같은 살아있는 권력이 연루된 사건은 앞으로는 손도 대기 어렵게 됐다.
단적인 예로 최근 잇따라 터진 신라젠 미공개정보 이용사건, 옵티머스 환매중단사건, 라임자산운용 비리 등 금융범죄들은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한 대표적인 민생침해사건이다. 금융범죄처럼 갈수록 수법이 교묘해지는 지능적인 범죄를 막기 위해 검찰은 전문수사부서들을 신설하고 역량을 키워왔다. 하지만 이번 직제개편으로 금융범죄를 전담하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부는 일반형사사건 업무도 분담하는 부서로 축소됐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범죄예방 효과가 있었던 부서들이 축소되면서 증권가 등에서는 작전세력들이 환호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 개혁을 추진한 당초 명분은 과거의 검찰이 권력의 입맛에만 맞는 수사로 민주화세력을 억압한 정치검찰이었다는 성찰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검찰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검찰의 권력 예속화를 더 심화시키고,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봉쇄하는 것은 결코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 검찰 힘 빼기에 골몰해 일선 수사부서 직제에까지 손을 대가면서 부패 수사역량을 약화시키는 것은 정권의 이익을 지키려다 국민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