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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이 내놓은 아파트, 지방에 집중 서울은 찔끔

입력 | 2020-08-26 03:00:00

[커버스토리]법인發 집값 하락 현실화될까




정부가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했던 법인이 지난달 아파트를 처분한 건수가 전월보다 30%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며 ‘법인발’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나타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가 법인을 겨냥해 내년부터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세금을 대폭 인상하기로 하자 현금이 불충분한 법인들이 세금을 피하려 매물을 본격적으로 내놓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 정책의 주요 타깃인 서울 강남권보다는 경기 지역이나 지방 매물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전체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법인의 아파트 처분 건수는 총 8278건으로 6월(6193건)에 비해 33.7% 증가했다. 법인의 아파트 매도 건수는 올해 1∼5월 3000∼4000건대를 유지하다 6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달 올해 들어 가장 많았다.

전체 아파트 매매 거래에서 법인이 내다 판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8.1%로 전월(6%)보다 늘었다. 법인의 매수세도 크게 꺾였다. 지난달 법인이 새로 사들인 아파트는 4330건으로 6월(8100건)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지역별로 들여다보면 법인의 매도세가 아직은 지방에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달 서울의 전체 아파트 매매 거래에서 법인의 매도가 차지하는 비율은 1.9%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았다. 반면 전남(31.8%), 경남(12.3%), 충북(12.2%), 제주(11.6%) 등에선 10%를 넘었다.

다만 8월 들어 서울에서도 법인이 내놓은 일부 물건이 시세보다 낮게 거래되는 사례가 나오며 법인 매도세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1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A아파트 전용면적 84.9m² 매물이 이전 최고가보다 4억 원 이상 내린 28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는 법인이 법인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개인에게 매물을 넘기는 일종의 ‘자전거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동 B아파트 전용면적 129.9m²가 직전 최고가보다 3억 원 내린 40억 원에 거래됐지만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이 역시 일종의 자전거래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부 단지에서 많게는 1억 원 가격을 내려 거래되기도 하지만 가격이 반짝 급등한 6∼7월 직전 수준으로 회복한 정도”라며 “법인 매물이 나오기에는 아직 이른 데다 ‘똘똘한 한 채’를 장기 보유하려는 수요가 아직은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지방 시장의 경우 법인을 겨냥한 정부의 세금 인상 압박이 먹혀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충북 청주시 신영지웰시티1차 아파트는 전용면적 124.8m²가 6월까지 최고 7억 원 초반에 거래되다 7월에는 5억8000만 원가량에 손바뀜 하며 가격이 1억 원 이상 내렸다. 청주는 방사광가속기 유치 호재로 법인들이 올해 초 집중적으로 매수했던 지역이다. 인천이나 울산 등에서도 가격이 하락해 거래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다주택자가 법인을 세워 주택 수를 분산하면 종부세와 양도세를 아낄 수 있다 보니 집값 상승기에 법인을 통해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는 ‘단타 매매’를 하며 시세차익을 거두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 6월부터 법인은 종부세 최고세율(6%)을 일괄 적용하고 6억 원 공제도 받지 못하게 한 데다, 양도세도 내년 1월부터 기본 세율에 20%포인트를 추가로 과세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그동안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주택은 종부세 공제 혜택을 받았지만 내년부턴 공제가 폐지돼 현금이 충분하지 않은 법인들은 버티기 어려워졌다”며 “다만 법인 매물이 풀려도 서울 등 인기 지역의 집값이 하락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이새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