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찾는 새로운 미래] <5> 온라인서 대박 터진 농부들
자신이 생산한 느타리버섯을 들고 있는 최종익 송이애 대표이사(왼쪽 사진)와 유기농 케일 농장을 소개하는 황한수 매곡친환경 대표이사. 두 농부는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과 마켓컬리를 통해 높은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각 사 제공
25일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최종익 송이애 대표이사(48)의 목소리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근심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 이천시에 있는 송이애는 느타리버섯을 비롯해 송이, 팽이, 만가닥, 표고, 목이버섯 등 식탁에 올라오는 다양한 버섯 종류를 재배하는 농업법인이다. 20여 년간 버섯류 도소매업에 종사했던 최 대표이사가 8년 전 차린 회사다. 지난해 72억 원을 거둔 송이애 매출은 올해 두 배로 늘어난 140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 같은 쾌속 성장은 지난해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에 입점하면서부터 이뤄졌다.
○ 쿠팡에 올라탄 버섯, 매출 두 배로
쿠팡은 이달 28일부터 한 달간 전국 우수 농산물을 한곳에 모아 선보이는 ‘함께하면 힘이 돼요! A팜 마켓’ 기획전을 진행한다고 25일 밝혔다. 전국 34개 업체에서 출품한 116개 품목의 우수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다. 쿠팡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농민과 소상공인에게 새 판로를 제공하고 지역 농산물의 우수성도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이사는 품질이 좋으면 대기업 제품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고 소비자의 긍정적인 리뷰와 구매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까다로운 검품을 통과하면 대기업 유통망 못지않은 쿠팡의 전국 유통망에 올라탈 수 있고 검색 노출도 잘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판매가 생소한 중소 농가에는 쿠팡의 간단하고 빠른 입점 절차와 매출 증대를 위한 빅데이터 기반의 코칭 서비스로 부담을 덜어준다. 쿠팡 관계자는 “우수 농산물을 더 많은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도록 신규 생산자에게 손쉬운 판매 환경을 꾸준히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유기농 승부수, 마켓컬리가 먼저 손 내밀어
같은 지역에서 케일과 시금치, 피망, 딸기 등을 생산하는 황한수 매곡친환경 대표이사(50)도 새벽배송 업체인 마켓컬리로 매출을 대폭 늘렸다. 황 대표이사는 국내 유기농업 연구의 선구자로 꼽히는 황광남 전 농업과학원 유기비료연구실장의 아들이다. 경기농업마이스터대 친환경과 졸업 후 유기농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황 대표이사는 마켓컬리 서비스 초기인 2016년 신선식품 생산자를 물색하던 상품개발자(MD)를 처음 만났다. 이후 마켓컬리와 협업을 통해 베이비시금치, 로마네스코 등 한국에 흔치 않던 채소류를 새로 출시했다. 딸기가 짓무르지 않도록 하는 계란 용기처럼 생긴 케이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마켓컬리와 협업했다. 다양한 협업을 통해 첫 달 24만 원이었던 마켓컬리를 통한 매출은 현재 월평균 5000만 원에 육박한다. 매곡친환경의 전체 매출의 70%가량을 차지한다. 황 대표이사는 “샐러드, 다이어트 식단 유행 등 새로운 트렌드를 젊은 MD들이 발 빠르게 알려줘 생산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이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