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206cm 공격수 러츠
19일 경기 가평군 팀 체육관에서 만난 GS칼텍스의 메레타 러츠가 마스크를 씌운 공을 네트 너머로 내리치고 있다. V리그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는 러츠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생물학 학사, 질병역학 석사 학위를 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하루빨리 끝나고, 처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겠다는 러츠의 바람을 담아 이런 장면을 연출했다. 가평=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역대 여자부 최장신(206cm)으로 주목을 받았던 GS칼텍스 메레타 러츠(26·미국)는 아쉬움 속에 지난 2019∼2020시즌을 마무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규리그가 조기 종료됐기 때문. 종료 시점 1위 현대건설(55점)과 2위 GS칼텍스(54점)의 승점 차는 단 1점이었다. 최근 경기 가평군 GS칼텍스 체육관에서 만난 러츠는 “배구 커리어에 좋은 경험이 됐지만 만족할 순 없다. 올 시즌 기량을 향상시키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각오를 다졌다.
○ “흥국생명과 좋은 경쟁 기대돼”
지난 시즌 득점(678점), 공격종합(성공률 41.39%) 2위를 차지한 러츠는 새 시즌에도 팀 전력의 핵심으로 활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터 이고은(25·현 한국도로공사)의 이적 외에 전력에 큰 변화가 없는 GS칼텍스는 흥국생명의 독주를 막을 대항마로 꼽힌다. 레프트 이소영(26) 강소휘(23)에 라이트 러츠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강점으로 꼽힌다. 러츠는 “랠리가 길어져도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면이 우리 팀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11시즌 만에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 복귀한 김연경(32)을 상대하게 된 러츠는 “흥국생명이 강한 만큼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 같다. 좋은 경쟁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에서 흥국생명으로 이적한 세터 이다영(24)에 대해서는 “상대하기 어려운 좋은 세터다. (이다영의 장기인) 2단 패스 페인트 공격을 경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역학조사관 꿈꾸는 배구선수
팬들에게 러츠는 큰 키만큼이나 이색 경력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생물학(학사), 질병역학(석사)을 전공했다. 11세 때 세계를 휩쓸었던 조류인플루엔자를 보며 전염병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러츠는 선수 은퇴 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학조사관을 꿈꿀 정도로 질병역학에 대한 관심이 꾸준하다.
지난달에는 스포츠 선수들의 기고문을 게재하는 온라인 매체 ‘더플레이어스트리뷴’에 ‘내가 한국에서 본 것’(What I Saw in South Korea)이라는 글을 실어 화제가 됐다. 기고문 게재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많은 연락을 받았다는 러츠는 “내가 본 한국은 공동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정신이 뛰어나다. 다른 이들의 건강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는 한국 사람들의 모습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미국으로 돌아가 주로 집에 머물렀다는 러츠는 “그동안 전염병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단 걸 느꼈다. 미국은 여전히 여러 곳에서 다양한 속도로 코로나19가 번지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GS칼텍스는 30일 KGC인삼공사와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첫 경기를 벌이며 이번 시즌을 시작한다.
가평=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