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대를 행정수도로 이전하려는 시도는 별무소득으로 끝났다. 서울대를 지역균형발전에 활용하고자 했던 일부 의견은 서울대 구성원들의 반발과 이미 법인화된 서울대를 옮기는 것에 국가가 개입할 수 없다는 반대에 막혔다.
서울대 이전보다 훨씬 지역균형개발에 영향력을 미치면서 대학도 살리는 일석이조의 정책을 제안한다. ‘도계 대학도시’다.
도계 대학도시는 강원 삼척시 도계읍을 대학도시로 만드는 게 핵심이다. 도계에는 이미 강원대 도계 캠퍼스가 있다. 문제는 육백산 중턱인 해발 893m에 있어서 지역발전에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계읍은 1970년대 초 인구 7만7000명의 번화한 탄광도시였다. 그러나 석탄업의 몰락과 함께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해 지금은 인구 1만1000명(2019년 11월 말 현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1만1000명의 인구도 도계 캠퍼스 학생 2000여 명이 주민등록을 옮긴 결과다. 학생을 뺀 순수 인구는 9000여 명 남짓인데 그 가운데 65세 고령 인구는 2580명으로 비율은 28%에 달한다. 9000명 기준 지방소멸위험지수는 위험 지수인 0.5보다 한참 밑인 0.198에 불과하다. 도계 캠퍼스가 없다면 도계 대학도시도 없다. 도계 대학도시가 갖고 있는 비전은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지역대학 소멸 방지, 대학을 성장 동력으로 하는 지역균형개발, ‘스마트 보건헬스 케어 univer+city’다.
아울러 도계 대학도시는 대학구조조정, 국립대 중심 지역균형개발, 대학-지자체-중앙정부로 이어지는 협력 시스템 개선 등에 많은 교훈을 줄 수 있다. 대규모 토목 개발을 통한 지역개발이 아닌 대학이 중심이 된 콘텐츠로 지역을 살린다는 시도도 시대흐름에 부합한다.
대학을 지역균형개발에 활용하려면 모델을 잘 골라야 하고, 비용이 적게 들어가야 하며, 단시일 내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지역을 선정해야 한다. 해당 지자체인 삼척시가 의욕을 보이는 것도 긍정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도계 대학도시는 조건을 충족한다. 수도권의 압력을 억지로 빼기보다는 지역의 역량을 키워야 수도권에 몰리지 않는다. 정책 결정자들이 도계 대학도시를 눈여겨보기 바란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