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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맛집 전쟁’ 이번엔 온라인서 한판

입력 | 2020-08-27 03:00:00

[커버스토리]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롯데쇼핑 등 유통 대기업들이 전국 맛집을 온라인몰에 유치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대를 이어 운영하는 유명 노포(老鋪)나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동네 시장의 반찬가게까지 달려간다. 2010년대 중반부터 치열했던 백화점, 마트 식당가의 맛집 유치 경쟁이 온라인으로 옮겨온 셈이다.

신세계의 SSG닷컴이 7월 말부터 새벽배송을 시작한 ‘강남밥상’은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지하상가(은마상가)에서 35년째 운영 중인 반찬가게 ‘한아름찬’의 온라인 브랜드다. ‘대치동 재래시장’으로 불리는 은마상가는 반찬가게로 유명한데, 한아름찬은 그중에서도 인근 주민은 물론이고 타 지역에서도 올 만큼 인기가 높다.

SSG닷컴은 온라인 상품화를 위해 올해 3월부터 강대희 한아름찬 사장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새벽배송 데이터를 토대로 소비자가 선호할 것 같은 대표 상품을 선정하는 것부터 대량 제조시설 확보와 식품안전관리기준(HACCP) 인증 획득에도 조력을 아끼지 않았다. 명란 장조림, 참나물 등 17종의 ‘강남밥상’ 상품은 이달 중순까지 3만 건 넘게 주문이 이뤄졌다. 최택원 SSG닷컴 영업본부장은 “연말까지 한아름찬 온라인 판매 상품 수를 50종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SSG닷컴은 베트남 음식 전문 프랜차이즈 ‘하노이의 아침’의 쌀국수와 분짜, 경기 용인시의 유명 중국집 ‘정다율짬뽕’의 해물볶음짬뽕 등 지역 맛집 인기 메뉴도 꾸준히 간편식으로 만들어 입점시키고 있다. 그룹 계열사인 조선호텔의 중국식당 ‘호경전’의 짜장면과 짬뽕 밀키트도 27일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내놓은 새벽배송 서비스 ‘투홈’에 전국 53개 맛집 제품을 단독으로 선보였다. 평균 대기시간이 4시간에 이른다는 서울 용산구 소갈비 전문점 ‘몽탄’과 ‘미슐랭 가이드 서울’ 1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스와니예’의 디저트 등이다. 매주 한 차례 500개만 판매하는 몽탄 세트가 1분 만에 모두 팔리자 27일부터는 물량을 2000개로 늘리기로 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내달 서울 영등포구 유명 노포 ‘여로집’의 오징어볶음을 비롯해 10여 개의 유명 맛집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도 1982년부터 운영 중인 인천 차이나타운 맛집 ‘만다복’의 대표 메뉴인 백년짜장을 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또 올 2월 출범한 롯데마트 ‘푸드이노베이션센터(FIC)’에 유명 셰프 강레오 씨를 초대 센터장으로 영입해 간편식을 꾸준히 개발할 계획이다.

유통 대기업들이 온라인몰에 ‘검증된 유명 맛집’을 속속 채워 넣는 건 이들이 가진 집객 경쟁력 때문이다. 소문난 맛집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접속한 소비자들이 과일이나 계란, 우유 같은 일상 제품도 함께 장바구니에 담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는 과거 백화점 식품관의 맛집 유치 경쟁과 비슷하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2010년대 중반부터 군산 ‘이성당’ 속초 ‘만석 닭강정’과 같은 지역 맛집 매장을 식당가에 들이며 방문객을 늘리기 위한 경쟁을 벌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 마켓컬리 등에 비해 이커머스 후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이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핵심 경쟁력으로 맛집 간편식, 밀키트를 내세우고 있다”며 “당분간 지역 맛집을 발굴해 온라인 상품화하는 사례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