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취약지 파고들며 2차 유행 공공병원 이미 병상 다 채운 상황 민간병원-생활치료센터로 보완하고 자발적 거리 두기로 위기 넘어서자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2차 유행의 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넘쳐난다. 어떤 이유든 공통된 결론은 우리가 느슨해졌다는 것이다. 7월과 8월을 돌이켜 보자. 우선 우리의 경각심이 무뎌졌다. 7월 이전 감염병 전문가들이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카페와 식당의 감염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8월 이후 여러 카페에서 집단 발병이 확인되었다. 1차 유행 직후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카페나 식당 이용을 피하거나 식음료를 포장해 갔다. 그러나 최근 유례없는 긴 장마까지 겹치면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더니 우리의 일상에서 감염자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휴가 시기와 맞물린 점이 전국 확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8월 17일을 대체휴일로 지정하면서 외식과 여행 수요가 늘어난 점도 바이러스 확산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줬을 수 있다.
이렇게 지역사회 내 숨겨진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을 때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교회를 통해서, 다중이용시설에서, 생활과 밀접한 시설에서 감염자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수도권 발병의 위력은 며칠 만에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이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의 취약한 곳을 정말 잘 찾아낸다.
올 초 대구경북의 확진자 수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경험한 병상 부족 사태는 의료 체계를 흔들 정도였다. 고령의 환자 몇 명이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다. 정부와 공공 의료기관, 민간 의료기관이 협력하고, 생활치료센터라는 새로운 개념까지 이용해 당시 어려운 시기를 이겨냈다.
이제 수도권에서 코로나19가 번지는 상황에서 병상과 중환자 치료 시설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이미 공공병원은 수용 가능한 환자를 거의 대부분 받은 상황인 데다 인력도 부족하다. 정부 차원에서 민간 병원에 협조를 요청하고 믿을 만한 지원책을 제시해야 한다.
민간 병원들도 수도권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하여 적극 협조해야 한다. 수도권에 널리 분포해 있는 공공기관과 기업들의 연수원 시설도 생활치료센터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동참할 필요가 있다. 생활치료센터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도록 주민들에게 충분히 취지를 설명해 빠른 시일 내 운영에 들어가야 한다. 지금은 공공과 민간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우리는 이 위기를 또 한번 넘어설 수 있다. 국민들이 합심해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 수칙을 반드시 지키고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자발적으로 시행한다면 우리는 한 달 뒤 다시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