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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미중갈등 파고 넘을 진짜 컨트롤타워 준비 됐나[광화문에서/윤완준]

입력 | 2020-08-27 03:00:00


윤완준 정치부 차장

“홍콩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는 겁니까?”

미중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둘러싸고 한창 대립할 때 문재인 대통령이 답답했는지 먼저 참모들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대통령에게 어떤 상황인지, 한국이 어떤 원칙과 입장을 취해야 할지 제때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 같다는 게 외교가의 반응이다.

지난달 물러난 정의용 실장 때 국가안보실은 미중 갈등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고 정책실이 이 문제를 다루면 된다는 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자 “안보실이 미중 갈등 문제를 회피하려는 것으로 보였다”는 말까지 들렸다. 경제학자 출신의 김상조 실장이 있는 정책실에 복잡하게 얽힌 미중 갈등 사안에 대처할 능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청와대 안팎에서 한국 외교와 한반도 문제의 큰 비전으로 대통령의 판단을 도울 전략가가 없다는 말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미중이 첨예하게 싸울수록 한쪽으로부터 불만을 듣더라도 이슈별로 한국의 분명한 원칙과 입장을 만드는 게 최선이다. 미국과 중국이 어떤 이슈를 가장 민감해하고 한국의 선택을 요구하는지 우선순위를 만들고 이념에서 자유로운 최적의 명세표를 짤 수밖에 없다.

그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곳이 국가안보실이다. 국민들은 외교안보 현안을 관련 부처가 청와대에 보고하면 안보실이 일사천리로 공유해 협업하는 모습을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보고조차 제대로 손발이 맞지 않았다는 게 소식통들의 증언이다. 주요 현안에 대해 국가안보실 내부에서조차 제대로 공유가 안 되다 보니 당연히 알아야 할 위치에 있는 인사가 모르는 일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과 산하 최종건 평화기획비서관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때문에 현안 공유마저 제대로 안 됐다면 국민의 녹을 먹고 사는 공직자들의 책임의식 문제다. 특정 분야의 보고만 받던 김 차장이 모든 보고를 받겠다고 하자 지금은 외교부 1차관이 된 최종건 비서관과 외교부 출신 다른 비서관이 보고를 거부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팀워크로 똘똘 뭉쳐도 성과가 나기 어려운데 불협화음까지 곳곳에서 터졌던 셈이다. 생존 문제인 미중 갈등에 직면한 청와대치고는 너무 한가롭다. 지난달 임명된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취임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체제가 덜 갖춰져 안보실 비서관 인사까지 마무리된 시점에야 서 실장이 힘 있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념을 떠나 엄중한 국제 정세를 보는 밝은 눈과 전략적 마인드가 있는 사람들을 제대로 쓸지에 달렸다. 하지만 소식통에 따르면 서 실장은 국정원장 시절 능력 있는 인물을 기용하겠다며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의 비서실장 출신 등을 실·국장에 임명하는 탕평책을 쓰려다 청와대의 반발에 부딪혔다. 자주파로 알려진 ‘실세’ 최종건 차관이 외교부 간부들과 상견례에서 “자주와 동맹의 이분법을 벗어나자”고 했다던데 청와대와 외교안보 라인 스스로 정말 그런 정신을 발휘할지 지켜볼 일이다.
 
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