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국 확산 비상]얼어붙은 소비-규제강화에 신음
소상공인들이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매출 감소로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올해 초와 달리 소상공인 절반이 밀집된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이들의 위기감은 훨씬 더 크다.
열흘 넘게 하루 100명 안팎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서울의 소상공인 피해가 특히 컸다. 서울 소상공인 주간 매출지수는 8월 셋째 주(10∼16일) 0.93에서 8월 넷째 주 0.75로 주저앉았다. 올 들어 가장 큰 하락폭이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리던 5, 6월과 7, 8월 휴가철을 거치며 회복 기미를 보이던 매출이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말 3초(2월 말 3월 초)’ 때로 후퇴한 것이다.
경기 안산시 PC방 점주 정모 씨(51)는 매일 ‘손님 없는 PC방’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달 19일 집합금지 명령으로 영업이 중단됐는데도 그는 분주하다. 중고 PC와 남은 식재료를 팔 곳을 수소문하고 철거 비용 견적을 내는 등 폐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올 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점포 규모와 직원을 줄이면서도 최대한 버티려 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자 폐업 결단을 내렸다.
대학생 등 젊은층과 외국인 관광객까지 유동인구가 워낙 많아 불황에 강한 상권으로 꼽히는 홍대입구역 인근도 코로나19 충격은 피하지 못했다. 이곳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신모 씨(53)는 “올해 2, 3월에도 하루 5만, 6만 원은 벌었는데 지난주부터 하루 2만 원 벌기도 벅차다”며 “30년째 옷 장사를 하는데 외환위기 때보다 요즘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일주일째 장사를 못 하는 PC방, 노래방 점주들은 생존을 걱정한다. 19일 집합금지 명령을 받은 고위험시설 업종 12개 중 PC방과 노래방은 영세한 경우가 많아서다. 한국신용데이터가 집계한 8월 넷째 주 전국 PC방과 노래방 매출지수는 각각 0.50, 0.38이었다. 피해가 심한 서울 PC방(0.26)과 노래방(0.19)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분의 1 미만으로 뚝 떨어졌다.
최윤식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 이사장은 “PC방은 임차료 외에도 전기료, 인터넷 사용료, PC 대여비 등 고정비가 커 영업을 못 하면 월 수천만 원의 손실을 보는 곳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PC방 점주 관련 단체들이 학생 출입 금지, 자리 띄워 앉기 등 고강도 방역조치를 취할 테니 영업 중단을 풀어달라고 정부에 건의한 것도 고사 위기감이 크기 때문이다.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 “올해 3월보다 더 큰 충격이 소상공인을 덮칠 것”이라며 “2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정부의 소상공인 신속대출, 지방자치단체의 경영안정자금 등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조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