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바비’, 남부 할퀴고 북상 강력한 비바람에 창문 깨져 아찔… 간판-지붕 파손 신고 종일 이어져 서해 남단 가거도, 12m 높이 파도 방파제 유실… 일부 주민 목포 대피
26일 오전 제8호 태풍 ‘바비(BAVI)’로 인한 강풍으로 제주 제주시 연동 마리나호텔 인근 사거리에 있는 신호등이 90도로 꺾인 채 도로에 쓰러져 있다. 소방대원들이 긴급 출동해 안전 조치를 하고 있다. 제주=뉴시스
○ 아파트 외벽 부서져 차량 덮쳐
제주는 26일 오전부터 태풍의 영향권에 들며 피해가 이어졌다. 서귀포시 남원읍에선 가로수들이 강풍에 쓰러져 도로를 덮쳤다. 제주시 연동에선 가로등이 넘어져 인근 다가구주택 창문 등이 부서졌다. 한 주민은 “신호등들도 맥없이 휘어지거나 도로에 넘어져 자칫 교통사고로 이어질 뻔했다”고 전했다.
이날 제주도 119종합상황실에는 하루 종일 간판이나 지붕 파손, 교통분리대 전도 등의 신고가 잇따랐다. 제주시 도련동에선 도로 한가운데가 내려앉는 ‘싱크홀’이 발생해 긴급 조치를 벌였다. 시 관계자는 “별다른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파트 외벽이 부서져 아래에 주차돼 있던 차량들을 덮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제주시 이도이동에 있는 해당 아파트 측은 “다행히 사람은 타고 있지 않았으나, 여러 차량의 지붕 등이 파손됐다”고 전했다.
제주국제공항은 태풍의 영향으로 운항 예정이던 국내선 출발 231편과 도착 232편이 모두 결항됐다. 제주에서 전남 목포와 녹동, 부산 등을 잇는 9개 항로의 여객선들도 운항이 통제됐다. 제주 부근 바다에는 4m 이상 높은 파도가 발생했으며 항·포구에는 어선과 화물선 등 1900여 척이 긴급 대피했다.
○ 섬 주민들, 태풍 피해 대피하기도
전남에선 신안군 가거도와 흑산도 등을 중심으로 피해가 이어졌다. 신안군청 가거도출장소에 따르면 26일 오후 6시경 섬에 10∼12m 높이의 파도가 들이닥쳤고 초속 45m의 강풍이 불었다. 출장소 관계자는 “서해 최남단인 가거도에 주민 약 500명이 거주하는데, 일부는 목포 등으로 대피했다”고 전했다.
전남소방본부에는 26일 오후 7시 기준 34건의 피해 신고가 들어왔다. 영암군에선 가로수가 넘어졌고, 여수시 화치동에서도 나무가 쓰러져 제거 작업을 벌였다. 여수경찰서는 태풍주의보가 발효됐는데도 바다에서 윈드서핑을 즐긴 A 씨(56)를 수상레저안전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열차는 호남선 광주송정∼목포를 연결하는 고속열차(KTX) 등 10여 대와 경전선 광주송정∼순천을 잇는 무궁화호 2대가 운행이 중단됐다. 광주공항과 무안국제공항, 여수공항의 항공편이 결항됐으며, 목포 여수 완도 고흥 등의 54개 항로 운항도 통제됐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오후 7시부터 해상 교량인 신안군 천사대교(길이 7.2km) 통행을 제한했다”고 밝혔다.
8일 집중호우와 섬진강댐 방류로 홍수 피해를 입었던 섬진강 유역 주민들도 태풍의 북상에 전전긍긍했다. 전남 구례와 곡성, 경남 하동 등의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은 수해 복구를 하다 말고 태풍 대비에 나섰다.
구례군 등은 급선무로 수해로 발생했던 다량의 쓰레기가 강풍에 흩어지지 않게 고정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군 관계자는 “야간에도 공무원들이 현장을 돌아보며 태풍 피해 상황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대 3주 이내 재개장을 목표로 복구 작업에 박차를 가했던 하동군 화개장터는 태풍으로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임재영 jy788@donga.com / 광주=이형주 / 조응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