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사실상 첫 재택근무 시행에 나섰다. 이들 기업은 2, 3월 코로나19 확산 당시만 해도 임산부 등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했지만 최근 기업 본사 및 연구개발(R&D)센터에서 확진자가 잇따르자 고강도 방역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2월에 대규모 생산차질을 겪었던 완성차업계도 방역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9월 한 달 동안 재택근무 시범운영에 돌입한다고 27일 밝혔다. 소비자가전(CE), IT·모바일(IM) 사업부문의 디자인, 마케팅 등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무를 맡고 있는 직원들 중 희망자가 대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7일 “사업부별로 해당 직원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희망 접수를 받고 있다. 시범 운영 뒤 보완할 부분을 점검하고 추가 운영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범운영이라 해도 삼성이 사업부 전체를 대상으로 재택근무 시행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은 상반기(1~6월)에도 재택근무 시행을 검토해 왔지만 보안 등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고민해왔다.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사장)은 “CE 부문 조직원이 5만 명에 달해 재택근무 등을 통해 근무지를 분산시켜야 한다. 고민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무선사업부 연구원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등 내부 확진자가 늘면서 재택 시범운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지금까지 임산부나 자녀 돌봄이 필요한 직원, 만성·기저 질환이 있거나 해외출장을 다녀온 직원 등에 한해서만 재택근무를 실시해왔다. LG그룹 다른 계열사인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은 이달 중순부터 순환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이날 오전 LG화학 직원의 아내와 자녀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LG 트윈타워의 직장어린이집을 포함한 건물 일부가 폐쇄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초반 협력업체 내 확진자 발생으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던 자동차 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단체 집합을 모두 금지하고, 사업장 건물의 층간 이동을 통제했다. 신차 출시 행사는 증강현실(AR)을 이용한 온라인 행사로 전환했다. 기아차도 최근 본사 근무자들의 PC를 모두 노트북으로 교체하는 등 언제라도 상시 재택근무 체제로 바꿀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
사내 코로나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한 르노삼성자동차도 임직원 퇴근 시 노트북 지참을 권고하고 있다. 한국GM과 쌍용자동차도 각각 인터넷을 이용한 구매상담과 TV홈쇼핑을 통한 차량 판매에 나서며 고객과 비대면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는 식사시간을 통한 감염을 막기 위해 생산직과 사무직 직원의 식사시간을 분리하고 있다. 또 모든 구내식당에는 좌석별 가림막을 설치하는 등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사실상의 모든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석호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