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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코로나 백신 줄게… 美 말고 우리편에 서라”

입력 | 2020-08-28 03:00:00

동남아-阿에 “우선 제공” 당근책… 홍콩언론 “21억명분 약속 비현실적”
WHO 조사팀은 우한 방문조차 못해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세 불리기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자체 개발이 어려운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저개발국에 ‘우선 제공’이라는 당근을 제시해 “미국 대신 중국 편에 서라”는 직간접적 압박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26일 홍콩 밍(明)보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24일 란창-메콩강 협력회의(LMC) 화상회의에서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등 메콩강 지역 5개국에 백신을 우선 제공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리 총리는 “중국과 동남아는 메콩강을 공유하는 운명공동체”라며 “중국 주도의 공중보건 전문 기금을 설립해 메콩강 지역 국가들에 방역 물자와 기술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6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중국-아프리카 코로나19 방역 관련 화상회의에서 “중국이 백신을 개발하면 아프리카 국가에 혜택이 가게 하겠다”고 밝혔다. 왕이(王毅) 외교부장 역시 지난달 중국, 아프가니스탄, 네팔, 파키스탄 4개국 외교장관 화상회의에서 “중국 백신을 빠르게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밍보는 “중국 지도부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른 나라에 제공해야 할 백신이 최소 21억 명 분에 달한다”며 현실성이 낮은 약속을 남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중국인 15억 명에게 제공해야 할 백신까지 합하면 36억 명분을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내년을 포함해도 중국의 백신 생산 능력은 최대 4억 명분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발원지를 조사하기 위해 3주 전 중국을 찾은 세계보건기구(WHO) 조사팀은 중국의 진원지로 꼽히는 후베이성 우한(武漢)을 방문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 “조사팀이 3주 동안 수도 베이징에만 머무른 채 조사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우한을 방문하지 못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중국 정부가 조사를 막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