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여성, 광화문 집회 뒤 예배 “非신자” 속이고 증상 6일후 검사… 방역체계 무너뜨려 확진자 급증 탁구장 등 깜깜이 감염도 늘어… 市, 종교-체육 활동 금지 명령
27일 오전 문이 굳게 닫힌 광주 북구 성림침례교회에 시설 폐쇄를 알리는 공지문이 붙어 있다. 이 교회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최소 30명 발생했다. 광주=뉴스1
27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북구 성림침례교회 60대 여성 교인 A 씨는 15일 오전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 사흘 뒤인 18일부터 발열 등 감기 증세를 보였다. 하지만 24일 오전이 돼서야 검체 검사를 받으러 갔고 그날 오후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여성은 광화문 집회를 다녀온 뒤 16일 오전과 오후, 19일 등 모두 세 차례 이 교회에서 예배를 봤다.
A 씨는 광화문 집회 참석 후 교회 예배를 다녀온 사실을 일부러 숨겼다. 또 지인을 교회에서 만났지만 이를 감췄고, ‘교회는 다니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주변 사람들의 제보로 이 교회 교인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이 때문에 방역 당국은 동선 파악에 차질을 빚었고 밀접 접촉자에 대한 검체 검사도 늦어지면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A 씨를 제외한 이 교회 확진자 31명 중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사람은 A 씨가 유일하다.
17일 확진된 광주 일가족 3명도 15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 하지만 방역 당국 조사에서는 “전남 영광에 여행을 다녀왔다”고 거짓 진술을 했고, 보건당국이 휴대전화 위성위치확인장치(GPS) 추적 등 역학조사를 통해 이 여성이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강사인 20대 딸이 가르치던 제자와 학부모도 다음 날 확진됐다.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깜깜이 환자’에 의한 집단 감염도 속출하고 있다. 동광주탁구클럽에서는 1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24일 확진된 최초 확진자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고 정확한 감염 경로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20∼22일 매일 오후 4시간씩 탁구를 쳤는데 마스크를 쓰지 않아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방역당국은 이 남성의 아내 등 밀접 접촉자를 파악 중이다.
이 탁구클럽 회원인 전남대 교수 2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교수 중 한 명은 전남외고에서 24일 오후 3시간 동안 강의를 해 학생과 교사 등 30여 명이 검사를 받고 있다. 같은 클럽에 다니는 금남지구대 소속 경찰관도 양성 반응이 나와 지구대가 폐쇄됐다. 이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48명이 진단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지구대 치안 업무는 인접 지역에 있는 파출소로 분산된다.
인천 서구 30대 여성 등 4명은 주님의교회 관련 감염자로 분류됐다. 연수구 60대 남성 등 3명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관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남동구 열매맺는교회, 서울 광화문 집회 참가자 접촉자도 확진됐다.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 관련 확진자는 6명으로 늘었다. 이 병원 간호사의 지인, 가족 등 5명도 추가 확진됐지만 병원 내 감염은 발생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병원 환자와 의료진 등 125명에 대해 진단검사를 실시했다.
전국적으로 탁구장, 체육시설 등 각종 소규모 모임 집단 감염이 잇따르자 광주시, 부산 기장군 등 자치단체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사실상 3단계로 격상했다.
광주시는 27일 사실상 3단계에 준하는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이날 낮 12시부터 모든 종교시설에 대해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비대면 온라인 종교 활동만 허용하고 모든 모임과 활동을 금지했다. 집단체육활동과 실내집단운동도 할 수 없다.
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 / 황금천·김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