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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유리온실서 삽 대신 컴퓨터 들고 토마토 키워요”

입력 | 2020-08-28 03:00:00

[농촌에서 찾는 새로운 미래]
<6> 농촌에도 ‘4차 산업혁명’




허정수 하랑영농조합법인 대표가 전북 김제시 만경읍에 있는 축구장 5개 크기의 유리온실에서 토마토 가지를 솎아주고 있다. 김제=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전북 김제시 만경평야는 곡창지대인 호남평야의 한 축이다. 알알이 영글어 가는 벼가 빼곡히 심어진 논 사이로 거대한 유리온실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다.

축구장 5개 규모의 유리온실 면적은 3.6ha. 압도적 규모의 유리온실에서는 토마토 13만 주가 자란다. 이 온실에서 연간 30억 원의 수익이 난다.

우선 어머어마한 크기에 압도된다. 하지만 압도적 크기, 재배 규모와 달리 온실 안에서 일하는 농부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더 인상적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이 집약된 덕에 모종을 심고, 수확하는 일부 과정을 제외하면 컴퓨터가 온실을 직접 관리한다.

거대한 유리온실을 책임지는 사람은 하랑영농조합법인 허정수 대표(33)다. 19일 만난 허 대표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 놓인 여러 대의 모니터에는 온실 안에 설치된 300여 개의 센서에서 보내는 수치들이 시시각각 그래프로 표시된다. 허 대표는 모니터에 나타난 수치들을 확인하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온실을 지휘했다.

허 대표가 첨단기술이 집약된 유리온실을 만든 건 2015년. 2017년 한 차례 증축을 거쳐 현재 규모로 만들기까지 100억 원을 투자했다. 컴퓨터에 일정한 값을 입력하면 온도, 습도, 일조량, 공기순환 상태 등에 따라 자동으로 운영된다. 햇볕이 약할 때는 차양막이 열리고, 강할 때는 닫힌다. 작물 상태에 따라 영양분과 물도 자동으로 공급된다.

이뿐만 아니라 이 온실의 토마토는 흙에서 자라지 않는다. 코코넛 껍데기를 잘게 부순 ‘코코피트(cocopeat)’에서 큰다. 장소에 따라 수분과 각종 유기질의 양이 달라 토마토를 고르게 재배할 수 없는 흙과 달리 동일한 환경에서 토마토를 키울 수 있다.

허 대표가 유리온실에 막대한 비용을 과감히 투자한 것은 ‘농업의 미래 경쟁력’을 믿었기 때문. 허 대표는 농업기술센터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아버지의 시설농업 과정을 보며 자랐다.

“아버지께서 일반적인 방식으로 농사를 지었다면 절대 이 길을 걷지 않았을 겁니다. 첨단 기술이 적용된 농사를 지켜보며 중학생 때부터 농부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전문지식을 쌓기 위해 2007년 한국농수산대학에 입학했다. 3년 동안 이론과 기술을 익히고 2010년 졸업과 동시에 아버지의 토마토 농장에서 현장의 노하우를 축적했다.

지난해부터 품질관리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외국계 대형마트에 생산량의 60% 정도를 납품하고 있다. 나머지는 온라인 마켓과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에 공급한다. 허 대표의 토마토를 구입하려는 곳이 더 있지만 물량이 없다.

○ 스마트팜 필수지만 전부는 아냐

허 대표는 성공한 농부의 길을 걷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허 대표의 노하우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몰려온다. 그럼에도 허 대표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해마다 네덜란드에 가서 새로운 재배 방법 등을 배워 온다. 두 달에 한 번 컨설턴트로부터 제어 시스템, 가공, 유통 등에 대한 교육도 꾸준히 받고 있다. 첨단 기술로 무장한 온실도 운영자의 노하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허 대표는 “농사에서 스마트팜은 선택이 아닌 필수지만 스마트팜은 좋은 도구일 뿐이다. 농사는 자동으로 되는 게 아니다”라며 “작물들과 호흡하면서 자신만의 재배 노하우를 가져야 좋은 결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제=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