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일가 대물림 경제난 핑계 대기… 공산당 독재 포기 없인 미래도 없다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
하지만 이것은 북한의 3대 세습 독재 지도자들이 경제 실정의 원인을 외부적 환경 탓으로 돌려온 틀에 박힌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여기서 ‘예상치 못했던 도전들’이란 코로나19 확산을 말하는 것 같은데 할아버지 김일성은 1993년 12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보도’를 통해 더 구체적으로 환경 탓을 했다.
“수많은 사회주의 나라들과 세계 사회주의 시장의 붕괴에 의해 (중략) 우리나라와 그들 나라 사이에서 전통적으로 행해져 온 경제협력과 무역거래가 부진하게 되었다. 이는 우리의 경제건설에 큰 피해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중략) 제3차 7개년 계획을 원래 예측한 대로 수행할 수 없게 만들었다.”
1984년생으로 알려진 김정은은 자신의 37번째 생일인 내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를 열어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내놓겠다는 애드벌룬을 띄우고 권력을 유지해 보겠다는 속셈일 텐데…. 글쎄올시다. 대한민국도 앞이 안 보이는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을 그렇게 감당할 수 있을까?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인데 말이다.
사회주의 경제를 ‘부족의 경제(economy of shortage)’라고 정의한 헝가리의 경제학자 야노시 코르나이는 ‘사회주의 체제―공산주의의 정치경제학’에서 공산당 독재가 사회주의 경제 피폐의 핵심 원인이라고 갈파했다. 여기서 파생되는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와 시장의 효율성을 앗아간 관료적 조정, 연성예산제약 등은 소련과 중국, 북한과 쿠바 등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공산당 독재라는 독립변수가 사라지지 않는 한 ‘부족의 경제’라는 종속변수 역시 변함이 없다는 말이 된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 경제를 희생하는 행태는 동서고금의 사회주의 독재자들이 마찬가지다.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1924년 1월 사망한 블라디미르 레닌의 후계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레닌의 유산인 신경제정책(NEP)을 폐기하고 농업 집단화와 급격한 산업화라는 경제정책의 좌경화를 단행했다. 그 결과 소련 전역에서 수백만 명이 굶어죽는 대기근을 초래했다. 김일성 역시 1956년 ‘8월 종파 사건’ 등을 통해 중화학공업화와 농업집단화에 반대한 우파들을 ‘종파주의’로 몰아 처단했다.
그나마 김일성에겐 스탈린이 만든 사회주의 우호경제라는 울타리라도 있었다. 핵을 들고 버텨보려는 김정은은 중국의 지원조차 제대로 받기 힘든 미증유의 고립 속에 빠져 있다. 코르나이는 “사회주의 정치와 권력, 이데올로기라는 유전적 프로그램(genetic program)에 변화가 없는 한 진정한 의미의 개혁은 어렵다”고 했다. 사회주의자들의 유전자 속에 경제란 없다는 말이다.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