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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10배 넘게 데이터 쓰는 구글, 망사용료는 안 내도 되나[인사이드&인사이트]

입력 | 2020-08-28 03:00:00

글로벌 CP, 인터넷 무임승차 논란




유근형 산업1부 기자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 구글이 네이버, 카카오 등 토종 IT 기업들의 10배가 넘는 방대한 데이터 트래픽을 국내에서 유발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에 따르면 구글은 국내 통신 3사의 인터넷망에서 전체 트래픽의 25.8%를 유발했다. 구글의 국내 트래픽은 3위인 네이버(2.5%)의 10배가 넘고, 5위 카카오(1.8%)의 14배에 이른다. 2위 페이스북도 4.7%로 네이버의 2배에 육박하는 트래픽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2.3%)는 4위였다. 이는 지난해 8월 통신 3사가 한 달 동안 직접 측정한 데이터 트래픽을 주요 콘텐츠기업(CP)별로 분류한 것이다.

글로벌 CP와 국내 CP의 데이터 트래픽 격차가 벌어지는 건 고화질 동영상 콘텐츠의 확산 때문이다. 디지털 미디어렙 나스미디어의 ‘2020 인터넷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동영상 시청 시 유튜브를 본다는 응답은 93.7%에 달했고, 넷플릭스 이용률 역시 지난해 11.9%보다 2배 이상으로 급성장한 28.6%였다.

이처럼 글로벌 CP들의 국내 망 사용량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이들은 망 사용료를 거의 지불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가 한 해 국내 통신사들에 약 700억 원을 사용료로 내고 있고 카카오 역시 약 300억 원을 지불하는 것과 달리 구글,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 페이스북은 지난해부터 국내 통신업계에 사용료를 일부 내고 있지만 국내 사업자보다 턱없이 적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등이 사용료를 내지 않는 것은 콘텐츠를 국내까지 실어오는 국제 망은 글로벌 CP의 책임이지만 국내 망 품질 관리는 전적으로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가 담당하는 게 국제적인 룰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통신업체들은 글로벌 CP들이 국내 망 증설 투자의 혜택을 고스란히 누리면서도 비용은 지불하지 않는 것은 무임승차라며 비판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소비가 늘면서 트래픽 유발량이 너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게 통신업체들의 주장이다.

○ 넷플릭스법 통과 후 더 과열되는 망 사용료 논란

글로벌 CP의 국내 망 사용료 미납 논란은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전기통신법 개정안은 20대 국회 때 통과된 것으로 이용자 수, 트래픽 양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기준에 해당하는 부가통신사업자(구글 등 CP에 해당)가 서비스 안정 수단 확보, 이용자 요구사항 처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내용이 담겨 있다. 글로벌 CP들도 국내 망 품질을 유지하는 데 책임이 있다는 근거 조항이 생긴 것이다. 특히 트래픽 양을 근거로 명시해 망 사용료 논란에서 국내 통신사들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망 사용료 부과 등 쟁점 사항에 대해선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지 않았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CP들은 망 품질 의무가 전적으로 국내 ISP에 있다고 주장한다. 소비자들에게 이용료를 받는 통신사들이 망 증설과 투자를 부담하는 게 당연하다는 얘기다. 국내에 데이터센터 같은 물리적 기반이 없기에 망 사용 대가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망 사용료 논란에 대해 “구글은 대부분의 국가들과 비공식적으로 협의하고 있고, 대부분 무정산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또 구글은 미국 데이터센터 서버에서 한국 밖까지 데이터를 전송시키는 국제 망에 대해서는 충분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내 이용자가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선 결국 국내 망과 국제 망이 모두 필요한데, 국제 망에 대한 품질에 의무를 다하고 있으니 국내 망 품질은 통신사들이 책임지라는 것이다. 국내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국내 망 사용료보다 해외에서 한국까지 데이터를 이동하는 비용이 더 비싸다. 해외 CP가 공짜로 망을 쓴다는 말은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내 통신사들은 구글 등이 만들어낸 트래픽이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망 품질 유지 비용이 급증해 글로벌 CP도 적정한 부담 분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 통신사 고위 간부는 “한마디로 말해 댐의 사용량은 한계가 왔는데, 장기간의 장마로 물이 턱밑까지 찬 상황에서 추가 댐 건설비를 우리만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구글, 넷플릭스 등이 적절한 부담을 안 하면 결국 품질 저하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CP들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글로벌 CP들이 본사나 데이터센터가 없는 프랑스, 독일 등 주요 국가에서는 망 사용료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주요 글로벌 CP의 망 사용 비중이 50%를 넘는 프랑스에서 글로벌 CP들 대부분이 망 사용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구글과 넷플릭스는 프랑스 공정거래위원회를 거친 오랜 분쟁과 대법원 결정 끝에 프랑스 1위 통신사인 오랑주에 망 사용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 구글은 협상 막판에 망 사용료 대신 프랑스 현지에 임시 데이터 저장소인 캐시서버 설치 비용을 내겠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독일 도이치텔레콤 등도 구글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고 있다.

글로벌 CP들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인터넷망의 과부하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도 문제다. 유럽연합(EU) 집행부는 넷플릭스, 구글, 아마존 프라임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을 대상으로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사용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고화질 동영상의 용량을 줄이는 등 트래픽을 줄여 전체 망 품질을 유지할 수 있게 협조하라는 것이다. 이에 넷플릭스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시작으로 유럽 전역에 비트레이트(시간당 송출하는 비트 수)를 25% 줄여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도 유럽과 남미 지역을 대상으로 비트레이트를 낮추는 데 동참했다. 디즈니플러스와 아마존 프라임도 같은 결정을 내렸으며, 특히 디즈니플러스의 경우 프랑스 정부의 요청으로 서비스 출시 시기를 예정보다 2주 미루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CP들이 국내에서만큼은 효율적인 망 사용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구글 등 일부 업체만이 유튜브 화질을 표준화질급으로 하향하는 대상에 한국을 포함시켰을 뿐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CP들은 망 사용 대가, 품질 유지에 대한 책임이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 트래픽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버티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 망 사용료 부과로 국내 IT 업계 부담만 증가 우려

해외 사업자로부터 망 사용료를 걷으려는 시도가 결국 국내 콘텐츠 기업들에 부담을 주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국내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돼 있지 않은 구글 등이 법망을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는데, 행정력 집행이 국내 IT 기업들만 옥죌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A포털 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아무리 망 사용료에 대한 부과 방안을 마련해도 구글 등이 빠져나갈 방법은 많다”며 “결국 이미 성실히 망 사용료를 내는 국내 사업자들만 부담이 더 늘어나는 부메랑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민간 기업 간 협상 대상인 망 사용료에 대해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무역분쟁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이 세계무역기구(WTO) 등에 제소하면 미국 진출 국내 기업 전체에 부정적 여파가 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CP들에 무리하게 망 사용료를 부과하기보다는 캐시서버 구축 비용을 물게 하는 등의 중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망 사용료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분쟁 조정을 위해 공정한 인터넷망 사용 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지만 구속력이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외국 기업에 대한 조사 자체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망 사용료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망 정보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그동안 근거 법이 미비해 글로벌 CP의 이용자, 데이터 트래픽 등 정보들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2018년 6월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34조)에 ‘과기부 장관이 부가통신사업자에게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내년 1월에 시행될 예정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신용우 조사관은 “망 자료가 공개되지 않는 한 누구도 수긍할 만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영업 비밀이 있어 전체 공개가 어렵다면 국내 서비스 품질을 가늠할 추세라도 알 수 있어야 그 위에서 형평성 제고 방안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형 산업1부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