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MS-알파벳A 등 쓸어 담아 순매수 종목 수익률 올들어 78% 전문가들 “정보 부족해 신중해야”
2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1일까지 국내 투자자(개인 및 법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은 테슬라였다. 장난감 회사인 해즈브로(4위)를 제외하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A, 아마존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가 상위 6개 종목에 포함됐다. 성장주와 미국 주식에 대한 ‘편애’도 드러났다. 상위 10개 중 8개가 성장주이고 9개는 미 증시에 상장된 주식이었다.
30대 ‘서학개미’ A 씨는 6월 미 수소차 회사 니콜라가 뉴욕증시의 나스닥에 상장하자 1000만 원을 투자했다. 이후 며칠간 분할 매도를 통해 500만 원 가까운 수익을 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예전에는 자산가들이 자산 배분 차원에서 해외 주식에 투자했다. 최근엔 젊은 투자자들이 유입돼 테슬라, 애플, 모더나 등 성장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최근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미국 개인 투자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한 전통 기업들을 쓸어 담고 있다.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미 주식 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투자자들에게 지난달 가장 인기 있는 주식 1∼3위는 포드, 제너럴일렉트릭(GE), 아메리칸에어라인이었다.
국내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종목의 수익률은 연초 이후 이달 21일까지 78.0%(6월에 상장한 니콜라 제외)로 나타났다. 특히 테슬라는 연초 이후 주가가 376.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순매도한 종목의 수익률은 318.4%였다. 주가가 2965% 상승한 미 백신회사 노바백스를 제외하면 24.3%였다.
국내 기업의 ‘짠물 배당’ 문화에 익숙한 개인 투자자들이 배당이 상대적으로 많은 해외에서도 국내에서처럼 주식을 매수한 뒤 빨리 되팔아 매각 차익을 노리는 경향을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0대 직장인 B 씨는 이스라엘의 차세대 엑스레이 장비업체 나노엑스가 21일 미 나스닥에 상장하자 다음 거래일인 24일 바로 500만 원가량을 투자했다. 23.1달러에 주식을 매수한 뒤 다음 날 30달러에 팔아 약 30% 차익을 남겼다.
해외 주식 투자가 항상 수익을 보는 것은 아니다. C 씨는 6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알리바바그룹의 원격 의료 서비스 회사 알리건강에 7000만 원을 넣었다가 10%의 손실을 봤다. 전문가들은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증시와 기업에 대해 정보가 부족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강유현 yhkang@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