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농업회사법인 ‘복을 만드는 사람들’
대롱치즈, 냉동김밥, 타르트를 전문으로 제조하는 경남 하동의 ‘복을 만드는 사람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조은우 대표(가운데) 등이 회사 마크 앞에서 냉동김밥을 들어 보이고 있다. 복만사 제공
윤상기 경남 하동군수는 지역 경제인을 만나는 자리에서 이런 농담을 자주 한다. 주인공은 조은우 ‘복을 만드는 사람들’ 대표(39)다. 농업회사법인 이름도 그렇지만 조 대표가 식품업계의 새로운 주자로 떠오르면서 잇따라 복(福)을 갖다주고 있다는 칭찬이 담겼다. 그는 하동 농·특산물 소비, 일자리 창출, 내수와 수출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 윤 군수 주재로 열린 김미경 ㈜엔에스아리아 대표와의 간담회에도 조 대표를 비롯한 ‘독수리 4형제’가 함께했다. 사업자 전용 기업 간 B2B(전자상거래) 유통 플랫폼을 구축해 중소·벤처기업과 동반 성장을 꾀하는 아리아 김 대표는 특산품 유통을 돕고 있다. 독수리 4형제는 이강삼(슬로푸드 농업회사법인) 오천호(에코맘의 산골이유식) 최경태(율림 영농조합법인) 등 젊은 기업인을 일컫는 애칭이다.
악양면 정서리에서 에코맘의 산골이유식을 함께 경영하며 기술을 축적하고 시야를 넓혔다. 2년 뒤 조 대표는 한다사 푸드를 따로 창업해 ‘하동찰빵’을 출시했으나 실패했다. 당시 ‘소비자는 잘 모르는 상품을 사지 않는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다시 ‘하동찰호떡’으로 승부를 걸었다. 쫄깃한 맛 때문인지 화개장터에서 대박이 났다. 그러나 ‘호떡은 싸다’는 인식이 성장을 막았고 여름엔 찾는 이가 없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호품 개발에 나섰다. 열정과 끈기는 조 대표의 주특기다. 실패를 거듭한 끝에 2016년 국내 처음으로 한국형 대롱 치즈스틱을 만들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불고기나 라면 등에 치즈가루를 뿌려 먹는 식습관에 착안한 퓨전 메뉴. 한식에다 궁합을 맞춘 불고기, 닭갈비, 고구마 치즈스틱 등 10종류의 치즈스틱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30곳에 납품한다. 지난해 20억 원어치를 판매했다. ‘복만사’라는 회사 명칭에 ‘11:45’라는 브랜드를 쓴다. ‘배가 고파지는 오전 11시 45분’이라는 의미다. 이 브랜드로 프랜차이즈 사업도 펼치고 있다.
25일 오후에 찾은 하동읍 섬진강 인근 복만사 주변에선 하동 명품배가 익어가고 있었다. 5월 준공한 현대식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냉동김밥 제조를 위해 30여 명의 직원이 바삐 움직였다. 냉동김밥은 곡류와 야채, 반찬과 고기류를 가공하면서 수분 함량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최대 관건. 조 대표는 “그래야 해동 과정에서 김밥 옆구리가 터지지 않는다”며 밝게 웃었다. 포장이 끝나면 이온냉동 시스템에서 영하 60도로 급랭한다. 영양소 파괴를 막고 식감을 유지하는 비법이다. 정한아 이사는 “냉동김밥은 유통기한이 아홉 달로 길지만 맛은 냉장김밥을 앞선다”고 자랑했다. 지난달엔 4t을 홍콩으로 수출했다. 국내 최초다. 연말까지 2차례 더 선적하고 수출처도 다변화할 계획이다.
벤처기업, 수출 전문 업체로 지정된 복만사는 포스트 코로나를 겨냥한 신상품도 내놨다. 유동인구 감소에 따라 휴게소 매출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에그, 블루베리, 딸기, 녹차, 크림치즈 등 타르트 8종을 출시했다. 놀이동산과 휴게소에서 인기다. 냉동김밥과 타르트 매출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조 대표는 수익금 중 일정액을 장학금으로 내놓는다. 그는 “2년 뒤 100억 원, 5년 뒤 500억 원 매출을 목표로 맛있고 건강한 국민 디저트를 만들어 복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