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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거리 불 꺼지고 도로도 한산… “집콕 실천” SNS 응원 물결

입력 | 2020-08-31 03:00:00

[코로나 전국 확산 비상]‘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첫날
보험업계 대면영업 자발적 중단… 대기업 재택근무 확대 잇따라
주말 고속도 통행 28% 줄어… 시민들 ‘자발적 자가격리’ 인증샷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김기훈 씨가 가족과 함께 집 거실에서 텐트를 설치하고 고기를 구워먹으며 캠핑 분위기를 내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에 따라서 오늘부터 테이크아웃만 가능합니다.”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프랜차이즈 카페. 출입문에는 당분간 카페 내에서 앉거나 음료를 마실 수 없고 포장 구매만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계산대에서 테이블로 가는 길목이 모두 차단선으로 가로막혔다. 의자 역시 모두 뒤집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정부가 다음 달 6일까지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조치를 시행하면서 수도권 2600만 시민의 일상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시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할 수 없거나 제한받는 일이 많아졌다. 방역당국은 “향후 8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저지할 ‘마지막 기회’”라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 강조했다.

○ 텅 빈 거리… #자발적자가격리 동참 물결

30일 밤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골목들은 평소보다 한산했다. 길거리를 환히 밝히던 술집들은 대부분 불이 꺼진 채 굳게 닫혔다. 인근 주차장 관리인 김모 씨(55)는 “올해 상반기도 코로나19 여파로 사람이 줄었는데, 오늘은 그때보다도 70% 이상 빠진 것 같다”고 했다.

오후 9시경. 2.5단계 조치로 업소에서 식사가 불가능하고 포장과 배달만 가능한 시간이 되자 몇 안 되던 고객들도 서둘러 밖으로 빠져나갔다. 서울 종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오후 9시 10분 전부터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씁쓸하긴 했지만 어쩌겠느냐”고 했다. 맥주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45·여)는 “오후 9시부터 손님이 몰리는데, 그때부터 장사를 못 하니 매출이 아예 ‘전멸’에 가깝다”고 속상해했다.

직장인 홍모 씨(27·여)는 30일이 2개월 전에 어렵사리 예약해 놓은 뮤지컬 공연을 보러 가는 날이었지만, 고심 끝에 환불 처리했다. 홍 씨는 “오랫동안 기다린 공연이라 아쉽지만 코로나19가 좀 잠잠해지면 다시 보러 가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전했다.

외출을 자제하고 ‘집콕’을 실천하는 시민들도 크게 늘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9일 전국 고속도로 통행 대수는 약 630만 대. 지난주 토요일인 22일 약 871만 대보다 약 28% 감소했다. 주말이면 나들이에 나섰던 시민들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주말 전후 여러 소셜미디어에선 ‘#자발적자가격리’나 ‘#자발적거리두기’ ‘#셀프격리’와 같은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수천 건 올라왔다. 자녀와 함께 집에서 종이컵 쌓기에 도전하거나 직접 요리한 사진 등을 올리며 서로를 응원하는 글들이 많다. 코로나19 전에 다녀왔던 해외여행 사진 등을 올리며 일상의 소중함을 곱씹는 게시물도 적지 않다.

경기 파주시에 사는 윤한나 씨(38·여)도 최근 소셜미디어에 ‘#자발적자가격리’ 태그를 달고 자녀들과 집에서 소소한 일상을 보내는 사진을 올리고 있다. 아이들이 소파에 앉아 멍하니 TV를 보고 있거나 함께 뒤엉켜 노는 모습들이다. 의외로 주위 반응은 뜨거웠다. 이럴 때 일수록 같이 힘을 내자는 댓글이 많았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기훈 씨(35)도 29일 자발적 자가 격리에 동참하자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집 거실에 텐트를 설치하고 가족과 함께 캠핑 분위기를 내거나 바람을 불어넣은 미니풀장에서 두 아이가 놀이를 즐기는 사진도 띄웠다. 김 씨는 “뇌병변 질환을 앓는 쌍둥이들이 재활센터 치료를 받기 힘들어 안타깝지만, 좌절하지 않고 이겨내면 더 행복한 일상이 찾아오리라 믿는다”고 했다.

○ 재택근무, 비대면 업무 확산 움직임

손님 끊긴 대형 커피숍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작된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4층 규모의 대형 커피숍이 앉은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한산하다. 방역 당국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 대해서만 매장 내 취식을 금지했지만 서울 곳곳에 있는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방역당국의 방침이 강화되면서 자발적으로 거리 두기에 동참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는 8일 동안 보험설계사들에게 대면 영업을 자제하고 비대면 업무를 진행하도록 회원사에 요청했다. 협회 관계자는 “2.5단계 적용 업종은 아니지만, 국민적 노력에 동참하려 의사를 밝힌 것”이라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소비자 가전과 IT·모바일부문에서 다음 달 1일부터 재택근무를 시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월 말부터 임산부, 기저질환자 등 일부 직원에 한해 재택근무를 운영해 왔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두 부문의 시범 운영으로 범위를 넓혔다”고 전했다.

집에서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시민들이 큰 폭으로 늘면서 일부 업체는 배달 수수료를 인상하기도 했다. 배달대행업체인 ‘생각대로’의 노원지사는 수수료를 3000원에서 3500원으로 일시적으로 인상했다. 노원지사 관계자는 “주문량이 코로나 확산 이전보다 30∼40% 늘어 배달기사들이 사고가 나거나 병가를 내는 빈도가 늘었다.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내릴 것”이라 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5단계에 딱 맞춰서 움직일 것이 아니라 단계를 뛰어넘는 활동의 중단이 필요하다”며 “이제 9월인데 전파의 고리를 최대한 끊어놓고 환자 발생을 억제시켜야 환자 대응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영 ksy@donga.com·김태성·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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