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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져야 산다” 절체절명 일주일

입력 | 2020-08-31 03:00:00

서울시 ‘천만시민 멈춤 주간’ 선포… “일상 포기 각오로 인내를” 호소
정은경 “물러설 곳 없다는 맘 갖길”… 서울 경로 불명 감염 32%로 급증
시민 ‘셀프격리’ 실천에 명운 갈려




인적 끊긴 휴일 신촌 거리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첫날인 30일 오후 6시경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거리가 텅 비어 있다. 번화가인 신촌 골목들은 주말 저녁인데도 인적이 뚝 끊긴 채 한산했다. 이날 문을 연 가게는 평소의 20% 수준에 불과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오늘부터 일주일은 ‘일상을 포기한다’는 절체절명의 각오를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30일 “국내 경제가 기약 없이 멈추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조금만 더 인내해 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30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8일간 시행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를 맞아 서울시가 ‘천만시민 멈춤 주간’을 선포했다. 서울 시민을 향한 호소이지만 수도권 전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2.5단계 적용을 받는 걸 감안하면 2600만 명 모두에게 해당하는 메시지다.

30일 0시 전후부터 수도권 등의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휴일에도 도심의 주요 거리는 한산했고, 오가는 차들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음식점들은 상당수가 문을 닫거나 영업 중지를 알렸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9일 전국 고속도로 차량 통행 대수는 약 630만 대로, 일주일 전인 22일 약 871만 대보다 28%나 줄어들었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선 ‘#자발적자가격리’ ‘#셀프격리’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는 시민들의 게시물이 수천 건씩 올라왔다.

시민들의 노력에도 코로나19 확산 추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30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299명이었다. 닷새 만에 신규 확진이 300명 아래로 내려갔지만 여전히 위험 수위에 있다. 국내 발생 확진만 최근 2주간 일평균 300.8명으로 집계됐다. 대구경북에 환자가 급증하던 올 2월 말∼3월 초 이후 처음으로 300명을 넘어선 것이다. 비수도권 확산세도 멈추지 않으면서 30일 전북을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감염 경로가 불투명한 확진도 계속 늘고 있다. 9∼15일 서울의 감염 경로 불투명 확진자는 전체의 7.1% 정도였으나, 23∼28일에는 4배 이상인 31.9%로 늘었다. 전국적으로는 3∼16일 12.3%에서 17∼30일 21.5%로 증가했다. 최근 2주간 위중·중증 환자도 13명에서 70명으로 급증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30일 “코로나19 시대에 연대하는 방법은 역설적으로 모두가 흩어지고 거리를 두는 것”이라며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심정으로 국민 모두가 한 팀이 돼 모임과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로 전파 고리를 끊어내는 한 주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한국 시간으로 30일 오전 코로나19의 전 세계 누적 확진자는 2500만 명을 넘었다. 10일 2000만 명을 넘어선 뒤 20일 만에 500만 명이 급증할 정도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전채은 chan2@donga.com·김소민·조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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