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횡무진하는 트럼프의 맹추격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공화당 전당대회가 끝난 이후인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조사해 29일 발표한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50%, 트럼프 대통령은 44%로 6%포인트 차이가 났다. 여전히 바이든 후보가 앞서고 있지만 공화당 전당대회 이전인 같은 달 23일 격차가 10%포인트(52%대 42%)로 벌어졌던 것보다 줄어든 것.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는 교외 지역 유권자들의 표 일부를 가져가고 백인 지지층도 더 확보한 결과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주요 일정마다 폭스뉴스를 비롯한 언론에 노출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합지와 재난 지역을 두루 찾는 역동적 리더의 이미지를 연출하며 관련 동영상과 사진들을 계속 트위터에 올리고 있다. 온라인 유세에 집중하는 바이든 후보에 대해서는 ‘집 지하실에 처박힌 채 몸을 사리는 고령의 소극적 정치인’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에 맞서 바이든 캠프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하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코로나19 사망자가 18만 명을 넘어섰다”며 그의 대응 실패를 부각시키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과학을 믿는다”는 메시지도 지속적으로 발신 중이다. 대선통계분석 사이트인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전국단위 여론조사 평균은 현재 바이든 후보가 50.4%, 트럼프 대통령이 42.2%로 아직 8%포인트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민심을 움직여야 하는 선거판에서 바이든의 신중함은 ‘두문불출’로 해석되며 존재감 약화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형국이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BLM(Black Lives Matter)’ 시위에 대한 지지도 점차 떨어지는 추세. 6월 초만 해도 이를 지지하는 미국인의 비율은 53%로 절반이 넘었지만 시위 과격화에 시위 장기화의 피로감까지 겹치면서 지난달 30일 조사에서는 49%로 하락했다. 반면 이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28%에서 38%로 뛰어올랐다. 선거를 불과 65일 남겨놓은 시점에 바이든 캠프로서는 초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속 타는 바이든, 결국 다시 유세현장으로
바이든 측은 트럼프 캠프가 사회 분열과 혼란을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이를 의도적으로 부추기고 있다며 공격 수위도 높였다. 바이든 캠프의 선거대책부본부장인 케이트 베딩필드는 30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여름 내내 미국 도시들의 사회적 불안에 대해 되레 폭력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도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폭력이 재선 캠페인에 유용하다고 보고 있다”며 “그는 폭력을 멈출 생각이 없고, 소셜미디어와 다른 방식을 통해 이를 더 부추길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커노샤 방문 계획에 대해서도 “상황을 선동해 정치에 이용하려는 목적”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존 앤터러미언 커노샤 시장은 “지금 시점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안 오는 게 낫겠다”며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민주당 소속인 테드 휠러 포틀랜드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폭력 수위가 수십 년 만에 이렇게 높아진 것은 바로 당신 때문”이라며 “증오와 분열을 부추기는 당신의 ‘공포(fear)’ 캠페인은 반민주적”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시위대를 ‘무정부주의자’, ‘폭력배’ 등으로 부르면서 주 방위군을 투입해 무력으로 진입하라고 휠러 시장을 재촉한 것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