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의사국가시험 실기고사장인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정부가 오는 9월 1일부터 실시할 예정이었던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일주일 단위로 연기한다. 의대정원 확대 등을 반대해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한 의대생의 유급과 향후 진료역량 손실 등을 우려해 내린 결정이다. 2020.8.31/뉴스1
정부가 의사 국가고시(국시) 실기시험 시작을 불과 17시간 앞두고 시험을 1주일 연기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정부는 31일 오전까지만 해도 “시험 연기는 없다”고 선언했지만 반나절 만에 입장을 바꿨다. 의대 본과 4학년 중 90%(3172명 중 2839명)가 응시를 취소하면서 내년도 의사 배출 시스템에 차질이 생길 상황을 감안한 조치다.
●국시 일정은 일단 번복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31일 오후 4시 국시 연기를 발표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다수의 시험 취소자가 생기는 사태는 향후 병원의 진료 역량에도 문제가 발생해 국민들의 의료 이용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1시 브리핑까지만 해도 복지부는 “실기시험 연기는 없다”고 못 박았다.
시험 준비 자체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국시 채점위원으로 들어가는 수련병원 교수들이 대거 이를 거부해 복지부가 국군의무사령부에 전문의 군의관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다.
●교수진·전임의 집단 사퇴
국시 일정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잠시 물러난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의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 전선은 여전하다. 복지부는 이날 비수도권 수련병원, 응급 ·중환자실 10개소에 대해 3차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의대 교수와 전임의들의 단체 행동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진은 이날 사직서를 냈다. 교수진이 집단 사직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수진은 성명서를 내고 “부당하고 일방적인 정부의 정책이 철회되고 원점에서 재논의되고 전공의들에 대한 고발이 취소되는 순간까지 전공의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성명서를 내고 “저희를 병원 밖으로 끌어낸 것은 의료계와 일체의 협의 없이 세상에 등장해 졸속으로 추진되는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의료정책들”이라며 “저희 젊은 의사들은 누구보다 진료 현장에 복귀하고 싶다. 원점으로부터 재논의해달라”고 요구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