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세 기업의 공통점은 2016년 이후 SK하이닉스가 지켜온 코스피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기업들이란 점이다. 1등이 아닌 2등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 자리가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시총 2위에 올라선 기업들은 4년 안팎 지위를 유지해 왔다. ‘성장산업’을 대표하면서 해당 산업에 대한 투자 심리를 개선하고, 업종 전반의 시총 비중을 늘리는 데도 기여했다.
시총 2위 기업은 1999년 이후엔 SK텔레콤(이동통신)이었다. 2010년부턴 현대차(자동차)였다. 2016년 이후엔 SK하이닉스(반도체)가 시총 2위로 올라섰다. 최근엔 네이버와 LG화학,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각각 ‘소프트웨어, 화학(2차 전지), 건강관리’ 분야의 신성장 산업을 주도할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네이버, LG화학,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 영업이익보다 각각 44%, 115%, 197%씩 증가할 것이란 전망(증권사 컨센서스 기준)이 나온다는 점이다.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되는 코스피 전체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는 ‘소프트웨어, 2차 전지, 건강관리’ 산업의 미래 성장성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지난달 24일 미국 다우지수 또한 종목 교체가 발표되며 변화가 생겼다. 발표에 따르면 엑손모빌(에너지)과 화이자(제약), 레이시언테크놀로지(방위) 등 세 기업이 다우지수 구성 종목에서 제외됐다. 그 대신 세일즈포스(소프트웨어), 암젠(바이오·제약), 허니웰(방위·항공)이 새롭게 편입됐다.
물론 이는 애플의 액면분할 발표에 따른 구성종목 교체 결정이긴 하다. 하지만 에너지 기업의 탈락과 소프트웨어 기업의 편입, 그리고 동일 업종이긴 하지만 특성이 다른 기업으로의 종목 교체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장’이 귀한 시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지만, 그럴수록 투자자들은 더욱 ‘성장’을 갈망할 수밖에 없다. 한국 증시 시총 2위 자리를 두고 벌이는 각축전과 다우지수 종목 개편이 가리키는 성장 산업에 주목하자.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