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어제 당명을 ‘국민의 힘’으로 바꾸기로 잠정 결정했다. 지난 4·15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으로 당명을 바꿨는데 7개월 만에 또다시 당의 이름 바꾸기에 나선 것이다. 2017년 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에 이어 불과 3년 사이에 세 번째로 당의 간판을 바꿔 다는 셈이다.
당명을 자주 바꾸는 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총선 참패로 간신히 개헌 저지선만을 확보한 원내 103석 야당으로서는 위기감이 클 것이다. 우리 정치사에서 ‘국민’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당명은 주로 진보 중도 진영의 정당이 써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수야당이 ‘국민의 힘’이라는 새 당명을 채택한 데는 변화에 대한 절박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위기를 극복하려면 변화할 수밖에 없다. 기득권 보호정당이라는 통합당에 대한 인식을 불식시키는 게 급선무다”라고 밝혔다. 그런 만큼 야당의 이번 당명 변경은 국민의 이목을 잠시 끌려는 이벤트성이거나 무늬만 바꾸는 임시응변의 책략이 돼서는 안 된다.
보수정당의 명맥을 이어온 지금의 야당은 시대의 변화, 특히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고루한 꼰대 정당, 기득권만 지키고 누리려는 웰빙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오죽하면 현 정부가 일방 독주의 국정 운영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지지세를 얻고 있는 이유가 무기력한 야당을 잘 만난 ‘야당 복’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이번 당명 변경을 계기로 보수야당은 극단세력과의 결별, 구태와의 단절을 통해 완전히 새로 태어나겠다는 각오로 변화해야 한다. 선명하게 자기주장은 하되, 억지 주장이 아닌 대안 있는 건강한 정책경쟁으로 국민의 마음부터 얻어야 국민의 힘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