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 시절(왼쪽 사진)과 2019년 문재인 정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의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동아일보DB
최우열 정치부 차장
그런 진 장관이 이번엔 민주당에 한 방 먹였다. 지난달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한 그는 민주당의 행정수도 이전안에 대해 “그때(노무현 정부 시절 국회 표결)에도 반대를 했고 지금도 같은 생각”이라고 한 것. 행안부는 행정기관 이전의 주무 부처다. 민주당이 정부와 상의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진 장관은 “국무회의에 제가 참석할 때 논의된 적은 없다”고도 했다. 진 장관의 과거 정치 인생에서 결정적인 고민과 선택, 그리고 그 후 전개된 상황을 지켜본 기자로선 진 장관의 ‘도발’을 보고 예사로 넘길 장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대선 전 기세등등해진 친박(친박근혜)들은 ‘세종시 수정안’ 등에서 친박들의 논리를 따르지 않는 진 장관을 연일 비판했다. 사석에서 진 장관은 “내가 박근혜와 친한 것이지 친박들과 친한 게 아니지 않으냐. 친박에서 나오니 오히려 자유롭다”면서 친박의 집단 따돌림에 끝까지 순응하지 않았다.
어찌 됐건 친박들은 그 이후 진 장관을 ‘배신자’라고 불렀다. 2016년 총선 땐 그는 공천도 받지 못했고, 당시 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설득으로 민주당으로 이적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민주당적의 평의원으로 다시 만난 진 장관의 얼굴은 밝았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도와야 한다”고 했지만, 각론에 들어가선 “공무원 증원이나 소득주도성장에는 나는 반대다. 공무원들을 뽑아놓으면 전부 (불필요한) 규제 업무만 잔뜩 하고 있더라”며 고민의 일단을 드러내기도 했다.
양당을 넘나든 진 장관의 정치 이력에 대해 야권에선 여전히 부정적인 평가가 있다. 아무리 의견 차가 있더라도 ‘원조 친박’이라는 사람이 박 전 대통령과 척지고 ‘1호 배신자’의 낙인을 자초해야 했는지, 문재인 정부의 장관직까지 수용했어야 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진 장관은 자신만의 꼬장꼬장한 기준과 소신으로 계파나 당의 흥망성쇠와 관계없이 묵묵히 마이웨이를 걸으며 ‘리트머스시험지’ 같은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호불호를 떠나 그런 사람이 돌아선다면 정권 운영에 이상기류가 있는지 진단부터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실제 박근혜 정부 첫해 진 장관이 돌아선 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아예 당을 떠났고, 이듬해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현 민주당 의원),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잇따라 떠났다. 다음 해엔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가 박 전 대통령과 등지면서 정권은 무너져 갔다.
원 구성과 부동산법 단독 처리 등 176석 거여(巨與) 민주당의 폭주와 한 묶음으로 나온 행정수도 이전 카드. 이에 대한 진 장관의 고민이 박근혜 정부에서부터 걱정했던 ‘국정운영의 방식과 철학’에 대한 것이라면 문제는 간단치 않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윤석열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이 여권의 파상공세를 받고 있는 현 상황도 무조건 ‘배신 프레임’으로 볼 건 아니다. 여야를 오갔던 진 장관의 ‘워닝 사인’이 왜 나왔는지부터 살펴볼 일이다.
최우열 정치부 차장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