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코로나 때문에 괜히 불안하고 ‘집콕’에 우울하신가요?

입력 | 2020-09-01 03:00:00

‘매우 예민한 사람들…’ 출간한 삼성서울병원 전홍진 교수
예민한 성격의 사람들 특징 불안감 등 우울증 개선책 담아
출간 한 달 만에 3만권 판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31일 만난 전홍진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책에 나오는 40개 예민한 성격 사례를 보고 ‘내 주변엔 이런 사람 하나도 없다’ 싶은 사람은 주위를 돌아봐야 한다.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이 피하는 다혈질이고 무뚝뚝한 성격일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다음 날 힘들어할 때가 많다’, ‘사람들과 눈을 잘 맞추지 못한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설사나 변비에 시달린다’….

전홍진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48)가 펴낸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에 실린 ‘예민함 자가진단’ 문항 중 일부다. 전 교수가 만든 것으로, 28문항 중 7개 이상 해당되면 예민한 편에 속한다고 본다. ‘층간소음에 민감하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린다’ 등 일반적 내용도 많아 7개를 넘기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연구실에서 31일 만난 전 교수는 “사람들에게 ‘우울한가?’ 물으면 잘 대답하지 못하지만, ‘예민한가?’로 바꿔 물으면 쉽게 수긍한다”며 “예민함은 일반인과 정신의학 사이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가 직접 환자로 마주한 40명의 사례를 소개하며 예민한 성격의 종류와 그에 대한 개선책을 제시한 이 책은 7월 출간된 지 한 달 만에 3만권 넘게 팔렸다. 시험을 앞두고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겪는 이들에게는 “시험 시작 시간보다 1시간 이상 일찍 고사장에 도착해 책상에 적응하라” 같은 실질적 조언을 해준다. 전 교수는 “하루에 수십 통씩 e메일이 온다. 밑줄 긋고 메모를 하면서 책을 본다는 독자들 반응이 많다”고 했다. 또 “예민하고 섬세한 독자들의 오탈자 지적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7쇄까지 찍으면서 책의 완성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웃었다.

전 교수는 1월 중국에서 코로나19 유행 소식이 전해지자 우리 사회에 곧 퍼질 ‘코로나 블루’를 우려하며 곧바로 집필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면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과 일상을 빼앗긴 불만 등으로 사람들이 다 같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로서 이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특히 대인 접촉은 줄고, 가족끼리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환경을 잘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민한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대인관계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사는 경우가 많은데, 대면 접촉이 줄면 더 고립감을 느끼고 우울해지기 쉽다. 반면 집에서 온 가족이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동안 표면화되지 않았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어렵더라도 가족 간 감정적 교류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숙제”라고 했다.

한국인 특유의 예민함에 대해 전 교수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 교수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하버드대 부속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우울증임상연구센터에서 한국인과 미국인의 우울증 비교연구를 했다. 미국인에 비해 감정 표현이 서툰 한국인은 우울감을 자각하는 대신 이유 없이 여기저기 아픈 ‘신체화’ 반응이 잘 나타났다. 한국인은 “나 우울하고 힘들다”고 표현하기보다 원인 모를 몸의 증상들의 이유를 규명하려 여기저기 병원 검진을 받으러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한국인 특유의 예민한 기질을 생산적으로 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예인이나 성공한 기업 대표들을 상담할 기회가 많았는데, 상당수가 굉장히 예민한 성격이었다. 예민함을 창조적으로 승화해 성공을 거둔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예민함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우울증으로 빠지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걱정에 과도한 에너지를 쏟기보단 어떻게 생산적으로 사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