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란 경기 부진으로 세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내년도 예산안을 초(超) 슈퍼급으로 편성한 이유는 민간 경제가 부진하다면 결국 재정이 경기 회복을 위한 불씨가 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경제가 기대 만큼 회복하지 않을 경우 재정 악화의 부담이 고스란히 다음 세대에게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재정을 적재적소에 쓰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라는 조언이 나온다.
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 본예산보다 43조5000억 원(8.5%) 늘어난 555조8000억 원으로 편성해 3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수입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세수 감소다. 내년 국세수입은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악화로 법인세가 11조 원 넘게 줄어들며 올해 본예산보다 3.1%(9조2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부족한 돈은 적자 국채를 발행해 조달하는데 적자 국채 발행 규모는 89조7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나타낼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본 예산 기준 60조3000억 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했으며 1차 추경(10조3000억원), 2차 추경(3조4000억원), 3차 추경(23조8000억원) 등 3차례 추경으로 37조5000억 원의 적자 국채를 추가로 발생한 바 있다.
이처럼 확장 재정 기조가 이어지며 재정 건전성 지표도 빠르게 악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의 5.4%, 국가채무는 GDP의 46.7%로 올라간다. 재정수지와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본예산 기준 각각 ―3.5%, 39.8%였으며 3차 추경 기준으로는 ―5.8%, 43.5%였다.
문제는 내년 이후다. 국가채무는 내년 945조 원으로 오른 뒤 2022년에는 1070조3000억 원으로 1000조 원을 돌파하게 된다. 올해 국가채무가 800조 원을 넘어선 뒤 2년 만이다. 국가채무비율은 2024년 58.3%로 60%선을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이는 내년 경상성장률을 4.8%, 2022~2024년 경상성장률을 4%로 전제한 것이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거나 회복이 더뎌질 경우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어서는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재정 악화에도 정부는 증세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산안 브리핑에서 “규모가 큰 폭의 증세에 대해서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어야 되기 때문에 별도로 고려해야 할 이슈”라고 말했다. 대신 비과세 감면 정비와 탈루소득 포착, 재량지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세수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증세 가능성을 일축하며 조세부담률은 내년 18.7%에서 2024년 19.0%로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공적연금과 사회보장 부담을 합한 국민부담률은 내년 26.6%에서 2024년 27.3%으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송충현기자 balgun@donga.com
세종=남건우기자 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