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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상원의장 “나는 대만 사람”…케네디 연설 인용 공개 지지

입력 | 2020-09-01 14:24:00


밀로스 비르트르칠 체코 상원의장이 1일 대만 의회에서 자신을 대만 사람이라고 선언했다. 공산주의를 비판했던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1963년 서베를린 연설을 차용한 것으로,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대만을 중국 영토의 일부라고 인식하고 있는 중국은 지난 31일, 비르트르칠 의장의 대만 공식 방문에 대해 “무거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체코는 다른 대다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대만과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89명에 달하는 정치인과 기업체 임원들로 구성된 대표단을 이끌고 지난 30일 타이베이에 도착한 반중 성향 시민민주당(ODS) 소속의 비르트르칠 의장은 이날 대만 의회에서 자신을 베를린 사람이라고 했던 케네디 전 대통령의 선언은 자유와 공산주의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 국민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케네디 전 대통령과) 같은 방법을 쓸 수 있게 해 달라”며 “겸손하면서도 단호하게 ‘내가 대만 사람’이란 것을 당신 나라의 의회에서 말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해 의원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1963년 ‘나는 베를린 사람이다(Ich bin ein Berliner)’ 연설은 케네디 전 대통령 연설 가운데 최고로 여겨진다. 이 연설은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뒤 동독이 언제 자신들을 침략하는지 모른다는 불안을 갖고 있던 당시 서베를린 시민을 격려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비르트르칠 의장은 자신의 대만 방문은 1970년대와 1980년대 공산주의에 반대한 최고의 반체제 인사이자, 망명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친구이기도 한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이 주창했던 “가치 기반”의 외교 정책을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체코 정부는 비르트르칠 의장의 대만 방문을 지지하지 않고 있지만, 중국의 강한 비난에 크게 기분이 상해 중국 대사를 초치했다. 중국 당국은 또 전날 베이징 주재 체코 대사도 소환했다.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은 2013년 취임 이후 중국과 보다 긴밀한 비즈니스와 정치적 유대를 모색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은 투자 계획이 실패하고, 차세대 통신망 사업에서 중국 화웨이 테크놀로지 허용을 주저하면서 크게 타격을 입은 상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