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빨리 (편성)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께 선별적 지원을 해야 한다.”(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4차 추경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당정협의가 진행 중인데 곧 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다.”(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취임 후 처음으로 1일 통합당 김 위원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두 대표는 긴급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위해 4차 추경을 편성한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 민주당이 4차 추경 편성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데에 이어 여야 수장도 뜻을 모은 만큼 추석 전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편성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 위원장이 먼저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빨리 정치권에서 해결해줘야 한다”며 “이 대표도 선별 지원하겠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여야가 별로 이견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점부터 풀어 나가면 조금씩 여야관계가 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운을 띄웠다. 그러자 이 대표도 “(당정 협의가) 며칠 안 걸릴 것”이라고 했다.
취재기자와 정치인으로 처음 만나 40년 이상 인연을 이어온 두 사람은 이날 덕담으로 상견례를 시작했다. “앞으로 원만하게 정치를 잘 풀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김 위원장의 인사에 이 대표는 “제가 대표님(김 위원장)을 모신 게 햇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긴 세월이었다. 늘 지도해 주셨듯 이번에는 더 많이 지도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화답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만 이어지진 않았다. 두 대표는 여야 협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상임위원장 배분 재협상 및 경제민주화 입법 등에 대해선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제1야당으로서 쇄신의 노력을 보여준 것은 환영할 일이라 생각한다”며 “특히 (김 위원장도) 관심을 갖고 있는 국회 내 비상경제특위를 빨리 가동하고, 경제민주화도 포함해 상법과 공정거래법도 여야가 함께 논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대통령이 협치를 하겠다고 양당 원내대표에게 말씀하셨는데 이후 원 구성 과정에서 과거 관행이 깨졌다”며 “이 대표가 새로 선출됐기 때문에 여러 정치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독식한 국회 상임위원장 문제를 꺼낸 것. 이에 이 대표는 “국회 문제는 참 아쉽다”면서도 “그러나 금년 개원 협상 과정에서 두세 달 동안 겪었던 우여곡절을 또 반복할 겨를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뒤이어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정책에서의 협치는 쉽게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협의 과정에서 원칙은 지키지만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유연함을 보이겠다”고 했다.
회동에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김 위원장의 차기 대선 출마설에 대해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얘기를 바람결에 들은 적은 있다. 가능성이야 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선택은 그 당과 국민이 하실 일”이라고 했다. 최근 김 위원장 주도로 이어져 온 통합당의 ‘좌클릭’ 행보에 대해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진정성 파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극화를 완화하자면서 증세에 반대한다면 진정성에 손상이 갈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5·18 묘소에서 무릎을 꿇으셨는데 5·18 진상조사에는 협조를 안 하면 신뢰가 무너지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