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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Case Study:]레드오션 시장서 업계 첫 흑자 달성한 오아시스 마켓

입력 | 2020-09-02 03:00:00

물류시스템 모바일혁신… ‘새벽 배송’흑자 길 열다




경기 성남시에 있는 오아시스 마켓의 물류센터 전경. 고가의 해외 자동화 시스템을 수입하지 않고 자체 개발한 ‘저비용 고효율’ 물류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이 회사가 흑자 경영을 이끄는 핵심 경쟁력이다. 오아시스 제공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새벽 배송 비즈니스의 성장세가 가팔라졌지만, 업체들은 여전히 물류 인프라 구축과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막대한 출혈을 감수하고 있다. ‘새벽 배송=적자’ 공식이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다. 그런데 이런 적자 일변도의 레드오션에서 흑자를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지난해 매출액 1424억 원, 영업이익 10억 원을 달성한 오아시스 마켓이다. 새벽 배송이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걸 시장에 증명한 셈이다. 본격적인 사업 확장과 광고 마케팅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는 오아시스 마켓의 노련한 흑자 경영 비결은 무엇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0년 8월 1일자(302호)에 실린 이 회사의 성장 전략을 요약해 소개한다.

○ 물류 시스템 혁신해 ‘최단 동선’ 구현
새벽 배송 적자의 근본적인 원인은 배송 서비스 자체에 수반되는 배송비, 포장비, 인건비, 창고 운영비 등 판매관리비에 있다. 물류 시스템 운영 및 재고 관리에 드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게 관건이라는 얘기다. 이에 오아시스 마켓은 판관비 절감에 온 힘을 쏟았다. 흑자 경영은 회사가 발주부터 배송까지 전 공정을 아우르는 ‘심리스(Seamless·끊김 없이 매끄러운)’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철저한 ‘비용 다이어트’에 성공한 결과다.

알려졌다시피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롯데온 등은 새벽 배송을 위해 수백억∼수천억 원을 들여 공격적으로 물류센터를 확장하고 있다. 반면 오아시스 마켓은 물류센터를 짓는 데 고작 20억∼30억 원을 투자하고, 자체 개발한 국산 자동화 시스템을 운영하면서도 하루 배송 물량을 경쟁사들과 별 차이 없이 소화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다른 채널들이 일일 배송 물량 1만 건을 소화하기 위해 약 600∼700명의 인력을 동원하고 있는 데 반해 오아시스 마켓은 단 50명으로도 같은 양을 처리한다.

이처럼 오아시스 마켓이 적은 인력으로 효율적인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계와 사람의 유기적인 협업에 있다. 무엇보다 이 회사의 최대 경쟁력은 소프트웨어 기반의 ‘모바일 자동화’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새벽 배송의 물류 흐름을 알아야 한다. 새벽 배송 업체 물류센터에서 시간과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작업은 소비자가 주문한 제품들을 보관 장소에서 꺼내는 ‘선별(Picking)’, 그리고 포장재에 넣는 ‘포장(Packing)’이다. 쉽게 말해, 소비자들을 대신해 장을 봐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작업에선 얼마나 신속 정확하게, 실수 없이 주문 제품을 장바구니에 싣고 다시 포장재에 옮겨 담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오아시스 마켓은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앱 ‘루트(ROUTE)’로 제품의 발주, 입고, 보관부터 선별, 포장, 배송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모바일로 연동했다. 그리고 이렇게 유기적으로 연동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작업자들의 ‘장보기 공간(Picking Zone)’을 획기적으로 좁혔다. 다른 업체들처럼 냉동, 냉장, 상온 물류센터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도 평균, 최대 주문량을 고려해 많이 팔리는 제품 위주로 배치한 뒤, 부족한 재고나 적게 팔리는 제품을 요청할 때 바로바로 채워주는 인력을 뒀다. 모바일로 작업자들 간 실시간 소통과 호출, 수시 응대가 가능한 만큼 30분에 한 번이든, 1시간에 한 번이든 덜어지는 물량을 장보기 공간에 채워 넣어줄 수 있다. 이로 인해 직원들은 모든 제품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고 소비자들은 냉동, 냉장, 상온 제품들을 한 박스 안에 받아볼 수 있다.

○ 직영 매장 활용해 ‘재고 폐기율 0%’ 달성

오아시스 마켓은 또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드는 옴니채널 전략을 활용해 새벽 배송 ‘재고 폐기율 0%’를 달성했다. 대치, 서초, 잠실 등 접근성이 좋은 서울 시내 곳곳에 37개 직영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장점이 여기에서 발휘된다. 통상 오프라인에서는 오늘 오후∼저녁에 물류센터에 입고된 물품을 보관해 뒀다가 다음 날 새벽 일괄적으로 직영 매장에 배송해 진열한다. 그런데 오늘 온라인에서 신선식품 주문을 받으면 다음 날 온라인 새벽 배송을 마치고 남은 재고를 그대로 직영 매장에 넘기면 된다. 간단히 말해, 오프라인 물류 흐름 중간에 온라인 새벽 배송을 ‘끼워 넣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론적으로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재고가 남지 않는다.

물론 오프라인에선 여전히 재고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의 경우 온라인에서는 배송하지 못하고 곧장 폐기해야 할 물량이 ‘떨이 판매’로 소화될 수 있고,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았더라도 겉보기에 멀쩡하고 신선하다는 게 눈으로 확인되면 얼마든지 팔리는 만큼 재고 소진에 유리하다. 또 초과 수요가 발생해 온라인 재고가 부족할 때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곧장 상품을 조달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직영 매장은 부족한 새벽 배송 재고를 보충해주는 동시에 온라인 24시간 주간 배송까지 가능케 하는 ‘제2의 물류센터’ 역할을 한다.

이처럼 오아시스 마켓은 대기업의 인프라를 단순히 모방하는 대신 이들의 단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하드웨어를 최소화하고 소프트웨어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기존 물류의 비효율을 제거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확산 이후 주문 건수가 폭증하면서 업무 마비로 새벽 배송이 잠시 중단된 적이 있듯, ‘저비용 고효율’ 물류 시스템이 언택트 소비 트렌드에 따른 규모의 팽창을 얼마나 뒷받침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