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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식 ‘집단면역’ 트럼프, 도박 벌일까

입력 | 2020-09-02 03:00:00

WP “신임 백악관 보건고문 조언”… 트럼프도 수차례 참모회의서 언급
최악의 경우 213만명 숨질수도… 스웨덴도 사망 급증에 실패 인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으로 스웨덴식 집단면역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620만 명의 확진자와 약 19만 명의 사망자가 나온 세계 최대 감염국 미국에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집단면역을 섣불리 도입할 경우 인명 피해만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단면역은 사회 구성원 상당수가 감염돼 항체가 생기면서 집단 전체의 면역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미 인구 3억2800만 명 중 65%가 감염되고 치명률이 1%라고 가정할 경우 약 213만 명이 숨질 수 있다고 WP는 추산했다.

이를 주도하는 사람은 지난달 백악관 보건담당 고문으로 영입된 스콧 아틀라스 스탠퍼드대 박사다. 그는 최근 거의 매일 대통령을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 중 집단면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러스 전문가가 아닌 신경방사선 전문가인 그가 코로나19 대책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둘러싼 비판도 상당하다. 그는 7월 “젊고 건강한 사람은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집단면역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집단면역에 대해 수차례 언급했다. 데버라 버크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조정관에게도 ‘코로나19 창궐 초기 확진자가 많았던 뉴욕 및 뉴저지주에서 집단면역이 이뤄졌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지난주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확진자와의 접촉이 의심되는 사람은 모두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기존 지침을 ‘무증상자는 반드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로 수정한 것 역시 집단면역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앞서 집단면역을 도입한 스웨덴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1일 기준 전체 인구 1000만 명 중 누적 확진자 8만4000여 명, 사망자 5800여 명을 기록했다. 국경을 맞댄 핀란드와 노르웨이 사망자가 각각 300명대, 200명대인 것과 대조적이다.

스웨덴은 올해 4, 5월 다른 유럽 국가가 강력한 봉쇄 정책을 단행할 때 경제 타격을 우려해 마스크 착용 및 이동제한 등을 시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6월 초 한때 인구 100만 명당 사망자가 450명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는 안데르스 텡넬 공공보건청장이 “코로나19를 다시 겪으면 스웨덴 방식과 다른 나라의 방식 사이에서 타협하겠다.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인명이 희생됐다”며 사실상 실패를 인정했다. 집단면역이 성공하려면 항체 보유율이 최소 50%를 넘어야 하지만 수도 스톡홀름에서조차 항체 생성률이 최대 17%에 그쳤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사망자 대부분이 노령층이어서 정부가 노인 생명을 경시했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스튜어트 레이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집단면역은 코로나19 사망과 장애만 증가시키므로 피해야 할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아틀라스 고문은 성명을 내고 “대통령에게 집단면역 정책을 제안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