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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통’에 가족까지 동원… 공모주 ‘영끌’

입력 | 2020-09-02 03:00:00

카카오게임즈 청약 첫날 16조원
SK바이오팜 기록 모두 뛰어넘어… 1억원 넣고 2주 정도만 받을수도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게임회사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첫날인 1일 오전 9시 34분경 삼성증권은 투자자들이 몰려 접속이 지연되자 접수 시작 1시간 반 만에 온라인 청약을 일시 중단했다.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 지점들엔 영업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청약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섰다.

오전 11시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을 시작한 한국투자증권에서는 낮 12시 반부터 30분간 청약 경쟁률이 96 대 1에서 210 대 1로 급등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청약에 나선 직장인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경쟁률이 순식간에 치솟았다. 주식시장 주변에 넘치는 돈은 ‘똘똘한 한 주’를 찾아 공모주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아버지 4000만 원, 누나 2000만 원, 마이너스 통장 4000만 원….’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강모 씨(32)는 지난주부터 가족들의 여유자금과 개인 대출을 한도까지 끌어모아 약 1억5000만 원의 목돈을 만들었다. 이날 시작된 카카오게임즈 일반 공모주 청약을 위해 가족까지 동원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을 한 것이다. 강 씨는 “증거금이 많을수록 더 많은 주식을 배당받을 수 있다”며 “6월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 기회는 놓쳤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말했다.

이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등에서는 “카카오게임즈 (청약) 넣었냐”는 말이 안부 인사처럼 오갔다. 한 카카오톡 주식 관련 채팅방에서는 상장 주관을 하지 않은 다른 증권사에서 청약을 시도했다가 낭패를 겪은 초보 투자자들의 다급한 문의가 올라오기도 했다. 상장 이후 카카오게임즈의 주가가 얼마나 오를지에 대한 갑론을박도 이어졌다.

통상 청약 첫날 눈치를 보다가 마지막 날에 수요가 몰리는데 이번에는 투자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돈을 쏟아부었다. 한 대기업의 팀원 10명은 전부가 대출을 받아 카카오게임즈 청약에 나섰다. 대출 이자만 감수하면 그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게임이 대표적인 언택트(비대면) 관련 산업으로 꼽히는 데다 SK바이오팜 주가가 상장 이후 급등한 학습효과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게임즈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주당 6만 원대에 거래되는데 공모가는 2만4000원으로 상대적으로 낮다.

‘공모주 영끌족’들이 가세하면서 카카오게임즈 공모 첫날 통합경쟁률은 427.45 대 1, 증거금은 16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SK바이오팜의 첫날 경쟁률(61.93 대 1)과 증거금 규모(5조9412억 원)를 모두 뛰어넘었다. 의료기기회사 이루다의 역대 최고경쟁률(3039.56 대 1)을 넘어선다면 증거금 1억 원을 넣어도 2주 정도만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자현 zion37@donga.com·강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