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최근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해외연수 예정자에게 출국을 지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동아일보DB
김형민 경제부 기자
금융감독원이 미국 해외연수 대상 직원에게 출국을 지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금감원 내부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간부들이 예산 감축을 우려해 해외연수 대상자를 밀어내기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정은 이렇다. 금감원은 해외연수 대상 직원에게 최근 출국을 지시했다. 해외연수 대상자는 12명으로, 이 중 5명은 해당 국가(호주 등)에서 입국을 금지하거나 입학 예정 학교가 온라인으로만 강의를 진행해 국내에서 연수를 대신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출국을 지시받은 연수 대상자가 들어갈 학교는 모두 미국에 있다. 미국은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수만 600만 명, 사망자는 18만 명을 넘어 가장 위험한 나라다. 의료비도 워낙 비싸 혹여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직원 안전이 위협받는 재난 사태에도 출국을 지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감원은 이에 대해 선뜻 이해되지 않는 설명을 내놨다. 바로 예산 감축 우려 때문이다. 금감원 측은 “직원들이 출국을 안 하면 체재비 등 해외연수비 집행 저조로 이어져, 내년 이후 해당 예산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금감원 예산은 금융위원회의 통제를 받는데, 예산 집행 실적이 저조하면 관련 예산이 깎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직원 안전보다 예산을 우선한다는 회사의 설명을 금감원 직원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한 직원은 “연수에 따라간 가족이 코로나에 걸리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했다.
회사가 제공하는 해외연수는 직원 보상이자 직무능력 향상 과정이다. 금감원은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 중 엄격한 심사를 거쳐 연수자를 뽑는다. 월급을 받으며 해외 유수 대학에서 교육받을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연수 대상자가 그 기회를 포기하기란 어렵다. 이런 이유로 KDB산업은행과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연수를 1년 유예했고 한국은행과 한국거래소도 국내 수강을 허용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본인 취임 이후 부활시킨 종합검사를 코로나19 우려로 무기한 연기했다. 정부의 방역 지침을 철저하게 지키는 듯하다. 하지만 정작 소중하게 여겨야 할 ‘가족’을 예산 감축을 막겠다는 이유로 코로나19 한가운데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김형민 경제부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