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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린 땀은 배신을 모른다… 남자들과 겨루며 자신감”

입력 | 2020-09-03 03:00:00

[오늘은 샛별 내일은 왕별]여고 테니스 최강 정보영
작년 국제대회 등급 높여 출전… 좌절 컸지만 특별훈련으로 극복
전국대회 2관왕 오르며 부활




강한 서브를 주무기로 삼는 오사카 나오미(일본) 같은 선수가 되고싶다는 국내 여자 테니스 ‘샛별’ 정보영이 진지한 표정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 정보영은 올해 전국종별테니스대회 18세부와 48회 소강 민관식배 전국 남녀 중고등학교 대항 테니스대회 고등부 여자 개인전 단식 우승으로 시즌 2승을 달성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여자 테니스 샛별’ 정보영(17·안동여고)에게 좌우명을 묻자 곧바로 대답이 나왔다. 6월에 전국종별대회 18세부에서 정상에 올랐고, 지난주 소강 민관식배 전국남녀중고등학교 대항대회 고등부 단식에서도 우승하며 시즌 2승을 달성했지만 과거는 잊고 앞만 보고 있는 듯했다. 정보영은 “엄마가 해준 얘기인데, 늘 머릿속에 넣고 다닌다”고 말했다.

정보영의 테니스 선배이기도 한 어머니 손영자 씨(59)가 해준 말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된 것은 지난해 지독히 앓았던 슬럼프 탓이다. 2018년에 5그룹(5등급) 국제대회에 출전해 단식 2승, 복식 4승을 거둔 정보영은 더 큰 도전에 나섰다. 등급이 더 높은 대회에 나가 랭킹을 끌어올리려 했던 것.

‘2018년 6관왕’ 정보영은 지난해 수준급 선수들이 포진해 있는 1, 2등급 대회에 나섰지만 그 벽은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 이기는 데 익숙했던 정보영은 연거푸 패배의 쓴맛을 봤다. 그해 시상대에 오른 것은 준우승을 차지한 콜롬비아 주니어국제대회(복식)가 유일했다. 정보영은 “대회만 나가면 지다 보니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 코트에 서면 어떻게 플레이를 해야 될지 감이 오질 않았다”고 그때를 기억했다.

정신적으로 무너진 정보영을 일으켜 세워준 이는 어머니였다. 두 딸을 모두 테니스 선수로 키운 손 씨는 두 딸의 엄한 코치이자 정신적 지주였다. 정보영의 언니 정영원(24)도 NH농협은행 소속 테니스 선수다. 정보영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네가 흘린 땀은 너를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엄마의 말이 큰 힘이 됐다”며 “슬럼프 극복을 위해 모든 것을 바꾸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그 방법 중 하나는 다양한 선수들을 상대로 공을 쳐보는 것이었다. 정보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회가 줄줄이 취소된 것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았다. 대회가 많이 열리지 않았기에 ‘안방’인 안동에 머물면서 실업팀, 남고생, 중학생 등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연습 파트너로 삼았다. 정보영은 “일관성이 떨어져 미스샷이 많다는 게 약점이다. 누구와 만나도 정확도 높은 공격을 하기 위해 다양한 선수들과의 훈련을 택했다”고 말했다. 정보영이 소속된 안동여고는 코로나19로 훈련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정보영에게 따로 체육관을 개방하는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다. 김일해 코치도 자신의 개인 시간까지 투자하며 정보영의 연습을 뒷받침했다.

NH농협은행도 2019년부터 유망주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정보영에게 매년 3000만 원을 3년간 후원하고 있다. 테니스 감독 출신인 박용국 NH농협은행 스포츠단장은 “정보영은 체격은 물론 멘털이 뛰어나다. 앞으로 4대 메이저 대회 주니어 본선 출전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영은 주변의 도움과 자신의 피나는 노력 속에 슬럼프를 극복했지만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무대를 향해 계속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서브와 멘털 관리 능력에는 자신이 좀 있다. 이 장점을 잘 살려 강한 서브가 주무기인 오사카 나오미(23·일본)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미 그의 머릿속은 10년 후 그랜드슬램 무대에서 단·복식을 아우르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는 꿈으로 가득 차 있었다.

○ ‘테니스 샛별’ 정보영은…
▽ 생년월일=2003년 5월 21일
▽ 소속=안동여자고등학교
▽ 체격 조건=키 171cm, 몸무게 63kg
▽ 랭킹=국제테니스연맹(ITF) 주니어 랭킹 157위
▽ 특기=강한 서비스
▽ 주요 경력: 2017년 3월 주니어 국가대표 선발, 2018년 7월 싱가포르 국제주니어대회 단·복식 우승, 2018년 8월 ITF 홍콩 국제주니어대회 단·복식 우승, 2020년 6월 전국종별테니스대회 18세부 단식 우승, 2020년 8월 소강 민관식배 여고부 단식 우승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