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 시인과 최종 접전 벌여 내달 강진 기념관서 시상식
심사위원들은 박 시인의 시에서 괴로움이나 슬픔이 개인 차원을 넘어 만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심사위원들은 “고통은 개인적인 것이지만 자아에 갇히지 않고 무한한 바깥을 향해 열려 있는 것을 보여준다”며 “‘오만 가지 밥 생각’이 ‘오만 가지 꽃으로’ 피어나 ‘황하 코스모스 천지와 호랑나비 천지의 아름다운 농사’가 되는 상상력은 일상의 걱정거리나 괴로움이 사물로 변화하며 자연적, 우주적 에너지를 품어 아름다워지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본심에서는 곽재구 시인의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와 박 시인의 작품을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심사위원들은 “곽재구 시집은 순수하고 건강한 어린이의 목소리, 낙천적인 명랑성이 있어 기교 없이도 서정적 아름다움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전남 보성 출신인 박 시인은 한국방송통신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수원대와 원광대에서 각각 국문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서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가 당선돼 등단했다. 올해가 등단 30년이다. 2008년 윤동주상 문학부문, 2010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과 박두진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너에게 세 들어 사는 동안’ ‘생밤 까주는 사람’ ‘공중 속의 내 정원’ ‘우주 돌아가셨다’ 등이 있다.
시상식은 다음 달 16일 오후 2시 전남 강진군 시문학파기념관에서 열린다. 상금 3000만 원.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