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앞서 혁신하는 해외대학들
미국 조지아주 조지아공대(Georgia Tech)는 2013년 컴퓨터사이언스 분야의 온라인 석사 과정을 개설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학위 가치가 추락한다” “명문대 평판이 떨어진다”는 등 교수들의 반대가 이어졌다. 7년이 지난 현재 조지아공대의 온라인 석사 과정은 교육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혁신 사례로 꼽힌다.
당시 기존 과정의 정원은 수십 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약 1만 명이 등록했다. 학교에 갈 필요가 없으니 세계 115개국에서 다양한 학생과 엔지니어가 입학해 공부하고 있다. 모든 과정이 끝날 때까지 들어가는 학비는 약 7000달러(약 830만 원). 5만 달러가량(약 5900만 원)인 오프라인 과정의 7분의 1 수준이다.
이 과정이 안착한 배경에는 대학의 혁신을 장려하는 교육 정책이 있다. 교육 과정이나 재정 운영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가 없는 덕분에, 대학은 두려움 없이 새로운 도전과 실험에 나설 수 있다. 한국 대학도 오래전부터 이런 모델을 꿈꿨다. 하지만 복잡한 원격수업 제한 규정에 묶여 이루지 못했다.
온라인 강의라고 쉽게 보면 안 된다. 국내 한 대기업에 다니며 조지아공대 수업을 듣는 이충진 씨는 “시험 성적까지 공개하기 때문에 학부 때보다 더 열심히 한다”며 “과목당 조교가 20명 정도 있는데 질문을 올리면 5∼60분 내로 답변해 준다”고 했다. 미네르바대 학생 김문섭 씨는 “교수가 자료를 미리 올리면 알아서 공부한 뒤 테스트를 보고 이어 전체 토론회와 소규모 토론회가 이어진다”며 “수업 참여도까지 평가하기 때문에 대충 공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적립금이 33조 원에 달하는 미국 스탠퍼드대는 연구자금을 지원한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그만큼 외부 자금을 유치하고, 사용하는 데 있어 충분한 자율성이 보장된 덕분이다. 스탠퍼드대의 한 해 예산은 8조 원. 국내 모든 사립대의 적립금(8조 원)을 합친 규모다. 무크(MOOC·온라인 대중 공개강좌)가 일찌감치 해외에 자리 잡은 것도 규제가 없어 가능했다는 평가다. 3대 무크로 꼽히는 코세라(Coursera), 유다시티(Udacity), 에드엑스(edX)의 공통점은 대학 간 협업을 통해 캠퍼스 경계를 넘어 질 높은 강의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예나 yena@donga.com·이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