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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부동산 투기 칼 빼들었다”…지자체 첫 토지거래허가 추진

입력 | 2020-09-03 17:50:00

김홍국 경기도 대변인은 3일 오후 경기도청에서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부동산 투기수요 차단을 위한 외국인·법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계획’을 발표했다.(경기도 제공)© 뉴스1


경기도가 이르면 10월 중 투기 우려가 낮은 연천과 안성 등 경기도 일부지역을 제외한 도 주요 지역을 외국인·법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

도는 매각이 아닌 취득행위에 대해서만 규제를 적용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토지취득허가구역’을 지정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1978년 토지거래하가제 도입 이후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 취해진 조치다.

김홍국 경기도 대변인은 3일 오후 경기도청에서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부동산 투기수요 차단을 위한 외국인·법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계획’을 발표했다.

토지거래허가제란 투기목적의 토지거래가 성행하거나 지가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지역을 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이 지역 안에서 토지거래계약을 할 경우 허가권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로, 국토부장관(둘 이상 시도 관할 구역에 걸쳐 있는 경우)과 시·도지사(동일한 시도 안의 일부지역인 경우)가 지정할 수 있으며, 허가권자는 시장·군수다.

김 대변인은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외국인과 법인이 이미 토지·주택 시장의 큰 손이 돼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가 시급하다”고 규제 추진 방침을 밝혔다.

도의 이번 조치는 외국인과 법인의 부동산거래가 급증한 가운데 이들이 취득한 부동산의 상당수가 업무용이나 실거주용이 아닌 투기목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법인이 취득한 경기도내 아파트는 모두 9580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36호 대비 370%(7544호)나 급증했다. 외국인이 취득한 아파트, 상가, 빌라 등 건축물거래량은 1월부터 7월까지 5423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 4085호 대비 32%(1338호) 증가했다.

국세청의 자료는 이런 도의 판단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4월 부동산법인 설립이 급증하고 있다며 자녀에게 고가의 아파트를 증여하거나, 다주택자에 대한 투기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부동산법인을 다수 적발해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외국인도 마찬가지로 8월 3일 국세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7년∼2020년 5월까지 국내에서 두 채 이상의 아파트를 취득한 외국인은 1036명으로 이 가운데는 42채(취득금액 67억원)를 취득한 외국인도 있었다.

또 외국인 소유주의 아파트 실거주 여부를 확인해 본 결과, 전체 취득 아파트 2만3167건 중 소유주가 거주하지 않는 아파트도 7569건(32.7%)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도는 투기과열지구 등을 중심으로 면밀한 검토를 한 뒤 10월 중 허가대상 지역과 허가대상 기준 면적 등 구체적인 외국인·법인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선정해 발표할 방침이다.

김 대변인은 구체적 토지거래 허가 대상 지역에 대해선 “최종적으로 확정된 다음 말씀드리겠다”며 “지금 (지역이 공개되면) 풍선효과로 잘못된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계속 검토하고 있다. 지정되면 바로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도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지만 허가구역 내의 외국인과 법인의 부동산 취득행위에 대해서만 관할 시장·군수의 허가를 받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가격의 30%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김 대변인은 외국인과 법인으로 규제대상을 제한한 이유에 대해 “경기도 전 지역에 걸쳐 내국인까지 모두 토지거래허가 대상으로 한다면, 행정기관의 행정업무 부담이 크고 풍선효과로 서울·인천 지역에 수요가 몰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내국인의 정상적인 주거용 주택 거래에 불편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지역과 적용대상을 한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정된 곳 외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지적에 대해선 “경기도내에서 풍선효과는 차단될 것”이라며 “도내에서 외국인과 법인이 사고파는 곳은 제한 적이다. 법인의 다주택을 점검해 풍선 나오지 않도록 적극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와 사전 조율을 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선 “협의하지 않았다. 각 지방정부마다 사정이 다르다. 서울시 같은 경우는 강남 4구 중심으로 토지거래 허가제가 진행되고 있다”며 “경기도는 투기적 수요가 많은 외국인과 법인에 대해 결단을 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실수요자에게만 취득이 허용되고, 2~5년간 허가받은 목적대로 이용할 의무가 발생하는 토지거래허가제 특성상 허가구역 내에서는 외국인과 법인의 투기수요 차단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이재명 지사는 지난달 12일 일 자신의 SNS에 “경기도가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고 실거주 목적의 주택 매입만 허용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는 ‘토지거래허가제’에 대해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면서 “토지거래허가제에 대한 도민의견을 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도는 도민의견 수렴을 위해 지난달 13~14일 만 18세 이상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토지거래허가제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60%가 도가 검토 중인 실 거주 목적 외 투기용 부동산거래를 규제하는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시행에 ‘찬성’한다고 답한 반면 ‘반대’ 의견은 35%에 그쳤다.

찬성 도민들은 ‘토지거래허가제’ 도입 때 가장 큰 효과로 투기로 인한 과도한 집값 상승 방지(26%)를 1순위로 꼽았다.

이어 무주택·실수요자 내 집 마련 확대 20%, 일부계층 부동산소유 편중 방지 19% 순으로 나타났다.

결국 도는 부동산 투기의 온상이 된 법인과 외국인에 대해 토지거래허가제 카드를 꺼내 들게 됐다.

(경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