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러 이중간첩에도 쓴 독극물 메르켈 “러 정부가 반드시 답해야”… 러 “독살시도 인정 못해” 재차 부인
2일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독살 시도에 관한 러시아 정부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베를린=AP 뉴시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 등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나발니 독살 시도는 러시아 정부만이 답할 수 있고 반드시 답해야 한다”며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독일 외교부는 이날 주독 러시아대사도 초치했다.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음료를 마신 후 의식을 잃었다. “러시아 의료진을 믿을 수 없다”는 가족과 시민단체에 의해 이틀 후 독일 베를린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노비초크는 1970년대 냉전시대 소련이 개발한 화학무기로 호흡 정지, 장기 손상, 근육 경련 등을 초래한다.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VX’보다 최대 8배 독성이 강하다. 특히 노비초크 중독으로 숨지면 심장마비에 따른 사망과 구별하기 어렵고, 가루 형태로 소지했다 액체로 만들 수 있어 추적도 쉽지 않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지금도 러시아에서만 생산되며 고도의 훈련을 받은 사람만이 다룰 수 있어 러시아 정보요원이 관여했을 것이란 추측이 제기된다.
스크리팔 암살 시도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 정부에 “유엔 산하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보유 노비초크 물량을 신고하라”고 요구했다. 독일은 나발니 사안 역시 OPCW에 회부해 국제 조사에 나설 뜻을 밝혔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러시아 정부의 해명을 촉구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독살 시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맞선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베를린 이송 전 나발니를 검진했을 때 독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기존 답변을 되풀이하면서 독살설을 재차 부인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